테슬라 AI6 수주 이어 車 반도체 확대
자율주행 인프라 핵심 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전자가 이스라엘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발렌스와 손을 잡고 차세대 칩 개발 및 양산에 나선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차량 내 고속 연결 솔루션을 자사의 차세대 공정에서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테슬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그간 고전하던 파운드리 사업의 활로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찾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발렌스 세미컨덕터와 MIPI A-PHY 생태계를 강화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 산업 표준단체인 미피 얼라이언스(MIPI)가 제정한 A-PHY는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카메라, 라이다, 디스플레이 등을 초고속·저지연으로 연결하기 위한 세계 최초 자동차 전용 표준이다. 완전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발렌스는 A-PHY 표준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주도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이를 충족하는 칩셋 ‘VA7000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벤츠·모빌아이·LG 등 글로벌 완성차 및 전장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발렌스와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은 발렌스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였으며, 양사는 200여 개 회원사를 보유한 ProAV 업계 최대 상호운용 생태계인 ‘HDBaseT 얼라이언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발렌스가 A-PHY 생태계를 사실상 개척한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이번 협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향후 삼성 파운드리는 발렌스의 A-PHY 칩셋을 첨단 차량용 핀펫(FinFET) 공정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또 양사는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한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완성차 업체들은 차세대 ADAS와 자율주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며 “A-PHY는 이를 실현할 핵심 기술적 돌파구”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차량용 핀펫 기술은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발렌스와 함께 첨단 차량용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력은 삼성 파운드리의 체질 개선과 시장 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신뢰성, 장기 공급 능력, 글로벌 인증 체계를 모두 갖춰야 하는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다만 일단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하면 수익성과 시장 지위가 장기간 보장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7월에는 테슬라로부터 22조8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차세대 차랑용 칩 ‘AI6’를 텍사스 공장에서 첨단 2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첨단 공정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AI6 칩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의 핵심 칩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및 로봇 등에서 폭넓게 적용된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AI6 칩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단연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기업인 xAI의 수주 기대감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발렌스와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테슬라 수주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삼성 파운드리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갈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