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자율성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둘러싼 금융권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경제 성장을 위한 금융 역할 확대 기대감과 함께 애초 알려진 것(100조 원)보다 50조 원 늘어난 규모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한국산업은행 운영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조 원,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 원으로 구성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12월 초에 출범한다. 민간·국민·금융권 자금은 정부 재정 1조 원의 마중물 역할을 통해 조성된다. 재정은 민간·국민·금융권 자금보다 위험을 먼저 부담하거나 초기 참여를 유도하는 데 쓰인다. 펀드는 직·간접 지분투자, 인프라투자, 초저리 대출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집행된다.
국책은행이 선(先) 위험을 떠안기는 하지만 금융사들은 차순위로 손실위험을 부담하고 기존 수익구조까지 바꿔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국민성장펀드 성패의 관건은 민감 참여다. 정부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은행 출자 시 위험가중치(RWA) 완화 △연기금투자풀 대상 확대 △증권금융 여유자금 활용 등을 약속했다.
자금 집행은 직접 지분투자(15조 원), 인프라 투·융자(50조 원), 간접투자(35조 원), 초저리 대출(50조 원)로 나뉜다. 예컨대 대규모 공장 설립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때 펀드가 지분 투자자로 나서고 첨단기술 기업에는 초장기 펀드를 조성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이번 펀드가 여신(대출)이 아닌 투자로 자금 공급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중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영역으로 바꾸는 금융대전환의 대표과제로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펀드 출연이 금융권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업권별 건전성 및 운용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미래 먹거리에 기대를 걸면서도 새로운 성장산업 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수익구조 재편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극적인 민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재정 여력 한계 속에서 금융사의 출연·출자 비중이 커질 경우 사실상 반강제적 자금 동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커다란 투자·운용 참여 통로가 생기지만 부실화할 경우 개별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리스크 분산과 투자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투자처와 성과 관리 장치가 미흡하면 관치펀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며 "민간의 투자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 주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