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병원, 연구자들이 의료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전송할 수 있는 체계가 곧 마련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한국보건의료정보원(KHIS)은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미디어 아카데미를 열고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및 활용 관련 사업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KHIS는 의료정보 표준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인증, 진료정보교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염민섭 KHIS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권애경 보건의료표준화사업단장과 김종덕 보건의료데이터진흥본부장이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보건의료데이터는 희귀질환과 유전질환을 치료하고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는 등 의료 서비스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은 개별 의료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에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있지만, 품질과 양식이 제각각이라 활용 가치가 낮은 실정이다. 데이터를 표준화가 빅데이터 구축의 선결 과제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추진위원회를 두고 용어 개발과 산업계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표준화를 위해서는 한국 핵심교류데이터(KR CDI)와 전송표준(KR Core) 확립이 핵심이다. KR CDI가 의학 용어라면, 이를 컴퓨터가 인식하는 형태가 KR Core다.
KR CDI는 국내 의료정보 교류 시 기관 간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국가에서 권고 중인 최소한의 정보 집합이다. 2023년 버전1이 나왔으며, 이듬해 버전2가 개발됐다. KHIS는 올해 버전3을 개발해 12월 고시할 예정이다.
KR Core는 한국의 의료기관 사이의 의료정보 교류를 위한 데이터 전송 상세규격으로, KHIS는 ‘HL7 FHIR’ 프레임워크를 활용 중이다. HL7는 의료 정보 교환을 위해 미국국립표준연구소(ANSI)가 인증한 표준으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연구·개발(R&D) 사업도 진행된다. 총예산 약 370억 원을 투입해 의료 데이터 교류에 사용하는 한국만의 AI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기존의 방식과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외부 기관과 데이터 교류가 필요할 때는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정제해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해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업은 다양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의 동의에 기반해 국가단위의 대규모 바이오뱅크와 빅데이터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병원과 건강검진 기관 등에서 임상정보 및 검체를 수집해 정보는 바이오빅데이터 플랫폼에, 검체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 저장한다.
KHIS는 현재 전국 37개 병원에서 중증질환자·희귀질환자·일반인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약 6만5000명이 참여했으며, 데이터가 정제되는 대로 내년 하반기 전후로 연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염민섭 KHIS원장은 “한국은 병원마다 다른 로컬코드를 사용하고, 의사들도 도제식 교육의 영향으로 스승에게 배운 용어나 표기 방식을 그대로 계속 사용하는 경향 있다”라며 “미국은 에픽시스템즈(Epic Systems)와 메디텍(MEDITECH) 등 2개 대형 EMR 기업이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깔려있어 데이터의 표준화와 전송이 쉽지만, 국내 EMR 업체는 약 180개에 달한다”라며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염 원장은 “병원 한 곳의 데이터를 사용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한 병원의 데이터는 모집단이 너무 적다”라며 “국내 연구자들이 다른 국가와 교류하며 국제적인 연구에도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