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패 책임 지고 사퇴 관측
8일 자민당 총재 조기 선거 여부 묻기 전 결단
고이즈미·다카이치, 유력 차기 총리 후보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오후 6시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표명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약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가장 큰 이유는 선거에서의 연이은 참패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는 물론 6월 도의회 선거,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잇따라 지면서 집권 자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여당 연합이 의석 과반에 실패하면서 당내에서 이시바 퇴진론에 힘이 실렸다.
그간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에 정치적 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집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2일 당내 양원합동총회에선 선거 대패와 관련해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마땅한 시기에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이 관세 협정에 서명하면서 무역 리스크가 일단락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전날 오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이시바 총리의 조기 퇴진 표명을 촉구했고 이에 앞서선 이시바 총리의 앙숙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조기 총재 선거를 지지했다. 자민당은 8일 당 소속 의원 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 47명 등을 대상으로 조기 총재 선거 의사를 묻기로 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342명의 관계자 가운데 40% 이상이 조기 선거에 찬성했고 과반 도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닛케이는 “참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는 정책 과제에서 일정 성과가 나온 점을 고려해 정권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며 “당내 기반이 약해진 점도 있어 퇴진 압력에 맞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NHK방송도 8일 자민당 총재 조기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시바 총리가 당내 분열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하루 먼저 퇴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면 자민당은 차기 총재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국가를 이끄는 총리가 된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거론된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쌀값 급등 문제를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그는 현충원을 참배해 눈길을 끌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선 A급 전범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해 논란을 빚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근소한 차로 역전패를 당했다. 매년 두 번씩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일본에서 강경 우파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