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입법’ 부담 가중
“정책은 환영, 제도는 우려”…교차하는 산업계 시선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재계와 산업계의 분위기는 복잡하다.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신성장 동력 전략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 강화는 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이른바 ‘반기업 입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드라이브는 환영하지만, 규제 리스크는 더 커졌다”는 복합적 평가가 나온다.
7일 재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신성장 산업을 직접 챙기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반도체, 2차전지와 함께 3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앞세워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기업인들과의 소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와 지난달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 등에는 삼성전자,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해 향후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을 논의했다. 당시 회동에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 의지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맞물리며 “민관 협력의 모멘텀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외 협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과 AI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미 상무부와의 직접 소통 채널을 통해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정치권에서 밀어 붙인 반기업 입법 활동은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7월 1차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역시 기업의 파업 대응 여지를 크게 제한해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법·제도마저 기업 활동을 옥죄면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 가능성과 ESG 규제 강화 논의까지 맞물리며, 산업계는 ‘삼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미래 산업 전략을 밀어붙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회의 각종 법안들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투자 시계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재계는 결국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와 정치권의 입법 환경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향후 산업계의 투자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혁신과 규제, 두 갈래 길에서 한국 산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