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100일은 국정 스타일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가장 큰 특징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다. 전임 정부 역시 청와대를 나와 도어스테핑(출근실 문답)을 시도하는 등 ‘열린 정부’를 강조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국정 의사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등 보다 투명하고 실질적인 소통 방식으로 나아갔다.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국무회의 생중계를 시도했다. 중대재해 대책 논의(7월29일)와 국가성장전략 토론(8월 31일)까지 국민들에게 그대로 공개됐다. 국무회의 뿐만이 아니었다. 여름철 수해 대비 점검회의 역시 비공개로 예정됐다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장에서 곧바로 공개로 전환됐다.
이 대통령은 평소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사안은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정책 논의 과정을 국민이 지켜보게 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무게를 더하고, 국민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는 정책을 공급자의 논리가 아니라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대통령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에 회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졌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점심 전에 끝나던 국무회의는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각 부처 보고와 토론이 길어지면서 김밥이나 도시락을 들고 회의를 이어가는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됐다. 점심시간 정회 뒤 오후에 다시 회의를 속개하는 ‘마라톤 회의’도 잦다. 과거 국무회의가 ‘형식적’ 의결 절차였다면 지금은 민생 물가, 공급망 안정, 공공기관 개편, 규제 완화 등 굵직한 현안이 즉석 질의와 토론으로 다뤄지는 실질적 정책 무대가 된 것이다.
장차관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회의 중간중간 이어지는 대통령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비해 전날부터 세세한 자료를 챙기는 건 기본이 됐다. 회의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직원들이 상관의 답변을 지켜보는 상황도 연출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예전엔 그냥 앉아 있다 오는 자리였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회의 준비에 매달린다”며 “장차관이 극한직업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책 추진 속도로 연결됐다. 투자·민생 사업의 조기 집행, R&D 구조조정, 노동시장 개혁 논의 등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개된 회의장에서 실시간 토론을 거치면서 부처 간 조율과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그만큼 정책 집행 속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를 생중계한다는 건 곧 정책을 국민 앞에서 검증받겠다는 의미”라며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그만큼 정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