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6월 4일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첫 메시지다. 진영 을 넘어 국익과 실용을 앞세우겠다는 국정 철학은 출범 100일을 맞는 지금 정부 운영의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혼란과 ‘12·3 비상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딛고 집권했다. 분열과 불신이 남긴 폐허 위에서 국가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인사·조직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를 무기 삼아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를 즉각 가동하며 경기 하방 압력에 선제 대응했고, 예산 편성과 정책 집행도 임기 초부터 앞당겨 시장의 불확실성 완화에 주력했다.
개혁 기조도 분명했다.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검찰개혁 입법, 재정·경제 구조조정 등 굵직한 개혁 과제를 주저 없이 밀어붙이고 힜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파행을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했다.론 이과정에서 잡음이 따랐지만 제도 개혁을 통한 국정 재설계라는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외교와 안보 현안에서는 실용주의가 강조됐다.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 무대에서 이 대통령은 이념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협상 태도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진보·보수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익 우선 원칙은 한미 정상외교, 통상 협상 등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며 실용정부의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논란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나 상법 개정안은 경영 부담을 가중한다는 재계 반발을 불러왔다. 민생 회복과 성장을 위해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데, 정부가 한쪽 손으로는 혁신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는 기업을 압박하는 모순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적 통합 역시 불투명하다. 국익·실용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불신과 극단적 대립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정치권과의 소통을 넓히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취임 100일, 이재명 정부는 개혁·실용·속도의 세 축으로 국정을 밀어붙였지만, 기업 부담과 정치적 갈등이라는 그림자도 짙다. 정부 관계자는 “성과 못지않게 남은 과제가 크다”며 “이제는 개혁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통합과 신뢰 회복을 병행하는 것이 국정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