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리검사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진단 시간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이는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의사들과 기업들이 개발 성과를 공유하며 AI 병리진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디지털병리협회는 2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디지털병리 기반 AI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병리는 현미경으로 조직·세포를 검사해 암 여부나 질환을 판별하는 분야로 병리진단은 이를 통해 정확한 병명을 확정하는 과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병원과 기업이 개발 중인 AI 기반 병리진단 소프트웨어의 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AI가 적용된 병리검사가 진단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임상 현장에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곽태영 딥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동결절편 검사 보조 AI 솔루션 ‘DeepDx-FS(Frozen Suite)’를 소개했다. 동결절편 검사는 수술 중 의심 부위를 절제해 액체질소로 동결한 뒤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수술 중 신속한 진단과 치료 방침 결정에 활용된다.
곽 CTO는 “동결절편 검사는 빠른 판독이 필수적이라 병리의사가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AI가 이 과정을 보조하면 병리의사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DeepDx-FS는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붉은색 히트맵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개발 과정에서 33종 암종의 이미지 3만 장과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확보한 7000장 이미지를 활용해 단일 모델을 구축했고, 장기별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곽 CTO는 “자체 성능 평가 결과 민감도가 90% 이상 나왔고, 조직 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분, 길어도 3분 이내에 분석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진단에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업무 흐름을 구축하고, 보조도구 활용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AI 진단 보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 문제도 명확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임상 현장에서 AI 병리진단을 직접 사용한 의사들의 경험도 공유됐다. 고현정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형태계측 소프트웨어 ‘InnisVue’의 개발 경험을 소개했다. 형태계측 검사는 이미지분석기를 활용해 세포 측정과 분포 등을 확인하는 검사다. 고 교수는 “형태계측 검사에 AI 병리진단을 도입하면서 알고리즘이 축적됐고, 맞춤형으로 개발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측정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고, 분석 시간이 수 분 내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채승완 강북삼성병원 병리과 교수는 “병리의사가 현미경 슬라이드를 스캔한 디지털 이미지에 특정 부위를 표시하는 어노테이션(annotation)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작업하다 보니 몇 시간이 걸렸지만 딥러닝을 적용하면서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고품질 어노테이션은 정밀병리 진단을 이해하는 데 강력한 모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앞으로는 다양한 객체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심포지움은 디지털병리협회 설립 후 열린 첫 공식 행사로 디지털병리와 AI의 융합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약 400여 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