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김여정 동행설…김주애 등장 땐 후계 구도 주목
북러 밀착과 북중 복원...전승절 무대의 메시지

평양발 ‘태양호’가 6년만에 압록강을 건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1일 오후 평양을 떠나 2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 전용열차인 태양호는 ‘움직이는 요새’라 불린다. 속도는 느리지만, 방탄판과 다중 통신망, 대규모 경호 인력으로 무장돼 있다. 전용 칸에는 방탄 철판이 깔려 있고 내부는 사무실과 접견실 등으로 호화롭게 꾸며진 ‘이동 관저’ 형태로, 전화기와 컴퓨터가 설치돼 실시간 지휘가 가능하다. 지난해 수해 현장 시찰 때는 열차 문을 무대로 활용해 연설했고, 그 뒤로 벤츠 SUV가 포착되며 내부 적재력에 대한 추측을 키웠다.
하지만 두터운 외벽 방탄 구조와 각종 무기까지 탑재된 탓에 속도는 시속 60km 수준에 불과하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약 20시간이 걸리지만, 김 위원장은 항공기보다 열차를 즐겨 이용한다. 노후 전용기보다 안전하고, 느린 여정을 선전용 서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는 무려 66시간 동안 열차로 이동하며 ‘헌신의 행군’을 연출했다. 이번에도 북한 매체가 강조하는 ‘불철주야 지도자’ 이미지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우리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수행하고 있고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방중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동행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정보위에 알렸다. 이번에 김주애가 성루에 오른다면 후계자 이미지를 국제 무대에 각인시키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베이징 도착 후에는 중국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성루 배치다. 2015년 전승 7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른쪽에 블라디미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섰고, 그 오른쪽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섰지만, 이번에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측에 서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중러의 상징적 연대를 드러내는 한 컷이 될 수 있다.

이번 방중은 북러 밀착과 북중 관계 복원의 경계선에 있다. 최근 2년간 북한은 러시아와 군수·인력 협력을 강화했지만, 중국은 그 과정에서 대북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이번 초청은 북중 관계를 재정렬하려는 제스처이자,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뒤에 두 후원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전략적 행보다. 다만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행사 성격과 중국의 부담을 고려할 때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방중의 성패는 장면이 말해줄 것이다. 시 주석 옆에서 어떤 표정으로 서는지, 누구의 손을 잡는지, 옆자리에 누가 함께하는지가 메시지가 된다. 열차의 느림은 단점이지만, 카메라에 오래 잡히는 장면은 장점이 된다. 전용열차는 이번에도 속도보다 서사를, 효율보다 이미지를 싣고 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첫 다자외교 데뷔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에 간 만큼 이번 전승절 참석으로 북한이 얻게 될 것은 무엇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