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으로 논의 구체화 속도
대가로 美정부 지분 요구할 수도

미국 백악관 인사가 한화의 미 해군 군함 건조 사업 진출을 암시해 기대가 높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근거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등 반도체에 이어 조선업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어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러스 보트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OMB) 보좌관 제리 헨드릭스는 자신의 SNS에 한화 필리조선소가 언급된 기사를 최근 공유했다. 보트 OMB 국장은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7월 30일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조선소를 직접 돌아봤던 인물이다.
기사와 함께 헨드릭스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해상 지배력 회복 전략이 해군과 상업 부문 모두에서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화해운(한화쉬핑)이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한 것을 언급했다. 이어 “곧 군사적 측면에서도 큰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한화의 미 군함 건조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는데(번스-톨레프슨법),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 군함 건조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헨드릭스 보좌관 발언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참여를 발판 삼아,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기다려 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해군의 신규 함정 건조 시장 규모는 연간 44조 원, MRO 시장은 11조 원에 이른다.
법 개정보다 속도가 빠른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군함 일부를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우회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번달 중순 한국 방사청과 미국 해군부의 실무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9월 셋째 주 정도에 북미지역협력담당관 과장급이 미국에 방문해 실무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8월 미 해군성을 방문해 한국 조선사가 ‘블록 모듈’(선박의 일부)을 한국에서 생산·납품하면 미 측이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그 대가로 기업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월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다음으로 기업 지분 인수할 가능성 있는 산업 분야로 조선업을 지목했다.
베센트 장관은 핵심 산업에 대한 지분 투자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자립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해군력에 미국이 뒤쳐진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조선업 보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국내 기업 투자나 경영권에 제약이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해당 합의에는 인텔 반도체 제조 부문 매각 제한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대가로 지분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