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증권은 2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에도 외환시장은 이례적으로 잠잠한 데 대해 시장의 매크로 불확실성이 무뎌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약세 요인이 쌓이고 있어, 단기적인 안도감이 장기적으로는 되레 약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 재료로 우선 기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미국 기대인플레(BEI)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간섭 논란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설을 부인하자 미국 2년 BEI가 3.24%에서 2.73%로 급락했지만, 8월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의 모기지 사기 의혹이 불거지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2년물 금리는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10년물 금리는 재정건전성 우려와 장기채 매수 수요 약화로 4.3%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전체 보유 비중은 줄면서 ‘탈(脫)달러’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하락이 달러 강세로 연결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연준의 독립성 회복을 지목했다. 오는 5일(현지시각) 발표될 미국 8월 고용지표보다 하루 앞선 4일 열릴 스티븐 미란 연준 인사 후보자 청문회가 외환시장에 더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와 엔화가 투자자들의 매매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9개월 만에 7.12 위안 아래로 내렸다. 미·중 무역협상 기대와 인공지능(AI)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도 임금-물가 연동 구조를 근거로 10월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7월 일본의 근원 물가 상승률은 3.4%로 미국(3.1%)보다 높았다. 박 연구원은 "9월 초 미국 고용지표 이후 달러 흐름에 따라 위안·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