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산사태 예방, 땅속 정보가 필요하다

입력 2025-08-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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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과학칼럼니스트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지하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주범이다. 올해 집중호우로 경남 산청 등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마을이 매몰되었고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자동차를 집어삼켰다. 산사태는 경사진 암석 위에 물을 머금은 흙이 갑자기 흘러내리는 현상이고, 싱크홀은 배관에서 새어 나온 물이 흙을 쓸고 가 발생한다.

지하수가 없으면 재해도 없을 텐데. 물의 생성과 지질 특성을 차츰 알게 되자 메마른 지하의 꿈은 멀어졌다. 빗물과 바닷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는 젖을 수밖에 없다. 다만 분출된 용암이 식은 암석 때문에 물 없는 공간이 국부적으로 조성될 수는 있다.

한반도 지층 물 많아 … 산사태 가능성 커

경주에는 원전과 병원에서 배출된 중저준위 방폐물을 저장하는 지하 동굴이 있다. 들어가 보니 이 동굴도 일반 탄광의 갱도처럼 집수정에 고이는 물을 펌프로 뽑아낸다. 미 항공우주국은 탐사선 인사이트로 화성에서도 지하 10km에서 젖은 암석층을 찾았다.

물의 족보를 살펴보면 우주에는 물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빅뱅으로 생성된 우주가 팽창하면서 차가워지자 가장 가벼운 수소나 헬륨이 쏟아져 나왔다. 이 둘은 고온에서 핵융합을 일으켜 산소를 만들었다. 물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된 분자로 수소와 산소만 있으면 생성된다. 화성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도 토양을 쥐어짜면 물이 삐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구에서도 한반도는 다른 대륙에 비해 오래된 지질이다. 포항 주변과 제주도만 젊은 신생대 땅이다. 한반도 지층은 풍화되고 물로 젖어 대형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지만 산사태는 일어나기 쉽다. 우리가 산사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를 탐사하는 첨단시대에도 산사태 예방은 까다롭다. 답답하면 현장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주민들은 마을 낭떠러지를 잘 알고 산사태 발생 장소를 기억한다. 그들은 일부러 장비를 동원하여 급경사를 허물기도 한다. 지방행정도 공적 자원을 투입하여 산사태 취약지구를 지정하여 관리한다. 취약지구로 지정되면 사방공사 등 산사태 예방 활동이 강화된다. 올해 발생한 산사태 10곳 중 9곳이 산사태 취약지구로 미지정되었다고 한다. 취약지구 지정이 예방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 아직도 미지정 지역이 많다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산사태 취약지구는 가시적이지만 한계도 있다. 이번 산사태도 수풀로 덮여 있는 지역에도 발생했다. 경사면, 산림뿐만 아니라 숨겨진 지질 등도 산사태 원인이다. 우리나라 산림청은 암석종류, 풍화 정도, 산림 정보, 사면 경사를 토대로 정적인 산사태 위험지도를 만들었다. 산불과 태양광 설치 등 인적 영향도 고려했다. 여기에 일일 누적 강우량에 비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시간까지 반영하면 동적인 산사태 감시시스템이 구축된다. 전국을 10m로 쪼개 감시하므로 마을 단위까지 실시간 산사태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그러나 약 90% 적중하는 일기예보에 비하면 2023년도 산사태 예보 적중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강수량은 10m 해상도로 측정되겠지만 지질도나 경사도 등은 더 낮은 해상도로 입력된다. 땅속의 지질과 경사도까지 고정밀도로 측정하려면 비용이 수반되므로 성능은 절충될 수밖에 없다.

땅속·땅위 정보 연계해 적중률 높여야

적중률을 높이려면 민감 인자에 집중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하나의 방법은 현실과 일치하는 이론 개발에 있다. 산사태 경보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정보를 중시하는 이론적 측면이 강하고 산사태 취약지구는 눈에 보이는 땅위 정보를 중시하는 실질적 측면이 강하다. 산사태는 땅속 원인에 의한 땅위 결과의 표출이므로 서로 연계를 강화하다 보면 적중률이 올라갈 수 있다.

땅속 정보는 산사태 예방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발파 작업, 굴착 작업에서 지반 붕괴를 예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은 우주탐사에도 도움이 되고 상품으로 수출될 수도 있다. 산사태 예방 비용은 산사태 사후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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