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칼럼] 정권의 욕심과 무지에 흔들리는 사회질서

입력 2025-08-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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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 前 한국경제연구원장

파렴치범 사면은 정당성 갖지못해
거대여당 입법독주 국민공감 멀어
‘작은 구멍에 둑 붕괴’ 교훈 새겨야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정직성과 지적 유능함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출범한 지 2개월을 조금 넘긴 현 정권이 그럴 가능성을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먼저 도덕성에 대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을 기해 국민통합을 위해 83만 6687명을 특별사면했다. 이 외에도 324만 명을 신용 사면했다. 그런데 논란은 항상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파렴치범에 대한 사면이다. 물론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다(헌법 제79조). 그러나 공직자의 권한 행사는 우선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면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도 입시 비리, 횡령, 뇌물, 폭행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파렴치범들이 사면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중 일부 인사는 과거의 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검찰 독재 운운하며 마치 피해자처럼 굴고 있다. 범죄 사실이 없는데도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확신한다면 재심을 받아볼 수 있다. 사면은 있는 범죄를 없는 것처럼 법으로 분칠하는 것이지만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범죄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되므로 모든 오명을 씻을 수 있다.

한국처럼 비리 정치인이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불사조(不死鳥)의 나라도 드물 것이다. 파렴치범이더라도 정치적 이해 관계를 같이하며 정략적으로 맺어지면 사면·복권으로 깨끗하게 세탁되어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의 정계가 여태 정화되지 못하고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중대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정권 담당자들은 이번 사면을 별다른 의미가 없는 조그마한 사건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렴치범들에 대한 사면은 불행히도 현 정권이 도달할 미래의 종착역을 암시한다. 직전의 정권이 영부인의 사려 없는 행동으로 유발된 허물을 덮으려다 결국 무너졌듯이, 현 정권도 파렴치범에 대한 사면 행위로 더없이 강고하다고 여기는 정권의 벽에 구멍을 뚫었다. 그것도 부주의가 빚어낸 결함이 아니라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정권을 이어가려는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정권은 메꿀 수 없는 구멍을 뚫은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당장은 서서히,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징후는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무자비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국회 입법에서 나타나고 있다. 추가적인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법, 주 4.5일 근무제 등은 지적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법안들은 모두 기업을 말살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 간에 생긴 행동 규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것들이다.

대다수 사람이 남의 생명과 재산도 나의 생명과 재산처럼 귀중하다는 점에 자발적으로 동의하여 만들어지는 행동 규칙을 따를 때 사회 제도와 질서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이 질서 안에서 서로 경쟁하고 협동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 질서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발전한다. 그래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이런 행동 규칙 위에 만들어지는 사회 질서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이다. 국가의 책무가 국방과 치안인 것은, 그런 질서의 보존을 위해서다.

이번 일부 인사에 대한 사면처럼 정권의 이익만을 위한 정직하지 못한 행동과 위의 법률 개정안이 드러내는 인간 세상의 운행 원리에 대한 무지는 모두 사회 질서를 파괴한다. 사실 오늘날 질서를 파괴하는 거악(巨惡)은 국가, 구체적으로는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정직하지 못하고 지적으로 무지한 정권에서 서슴없이 저질러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과 사회는 무엇이며 또 어떤 관계인지, 정의란 무엇인지, 또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 가는지에 대한 개념 형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거나 이 땅의 정의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언사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행동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제재하고 교도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국가가 필요하지만, 일단 국가가 설립되고 나면 국가가 그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질서 파괴자로 둔갑하는 현상은 모든 국가론(國家論)이 설명하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물론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그 첫걸음은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 그리고 세계 평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에 유권자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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