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미국 증시행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무신사도 잇따라 해외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종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및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해외로 향하면 공모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국내시장 재투자 여력이 약화해 자본시장 경쟁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면서 본격적인 IPO 준비에 들어갔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무신사 기업가치는 10조 원 수준으로, 이미 마지막 투자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만 3조5000억 원에 달한다. 유니콘인 무신사는 현재 국내 증시 상장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고려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아직 주관사도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나스닥 상장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기업가치가 20조 원까지 거론되는 데카콘인 토스는 이미 나스닥 상장을 위한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외부감사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는데, 삼일회계법인은 게임회사 웹젠과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등의 나스닥 상장을 도왔던 곳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상장 서비스팀을 개편, 글로벌 IPO 전담팀을 신설해 역량을 강화했다. 나스닥 상장에 대한 트랙 레코드가 있는 감사인을 앞세워 해외 규제나 공시 기준에 맞춘 재무 및 거버넌스(지백구조)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 달했던 쿠팡 이후 토스와 무신사, 야놀자 등 K 유니콘들이 잇따라 해외 증시 문을 두드리면서 국내 IPO 시장 성장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경고음이 커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딜이 꾸준히 들어와 시장 체급이 커져야 공모 시장에도 활력이 돌고 벤처캐피털(VC)의 회수 및 재투자 선순환도 작동한다"며 "알짜 유니콘들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확대와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형 딜은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시장 전반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대어급이 국내 증시에 남을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쿠팡이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이커머스(전자상거래)·물류 기업의 밸류 체계가 재정의된 것처럼 토스급의 대형 핀테크가 국내에 상장해 벤치마크 역할을 하면 K유니콘 전반의 멀티플 체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국내에도 상장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