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광장에서 도약하는 ‘지재권’의 미래

입력 2025-08-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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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리본(IP RIBBON) 대표/변리사 김세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폐쇄된 ‘방’과 열린 ‘광장’이라는 대비를 통해, 개인이 고립된 공간을 넘어 공동체와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는 지식재산권(IP)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특허는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의 성격을 지니지만, 그 자체로 닫힌 공간에 머문다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 특허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시장과 산업,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광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지식재산 정책 방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격상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는 지식재산을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그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기술혁신을 통한 성장’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특허를 무기로 한 전쟁터다. 미국은 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를 스타트업으로 연결하는 ‘테크 트랜스퍼 제도’를 통해 혁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특허 운용 펀드’를 조성해 기업 IP 활용을 직접 지원한다. 유럽은 특정 핵심 기술에 대해 공동 특허 풀(pool)을 운영하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지식재산 역량을 ‘청’에서 ‘처’로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그러나 제도의 격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핵심은 지식재산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특허는 생존과 직결된다. 연구실에만 머무는 특허는 결국 사장되지만, 이를 협업·기술이전·투자 유치로 연결할 때 기업은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예컨대, 특허를 담보로 정책금융을 활용하거나, IP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대기업과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진출 시에도 특허는 중요한 신뢰 자산이 된다.

정부의 후속 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 맞춰져야 한다. 단순히 특허 출원·등록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사업 기회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별 매칭 서비스, △대기업·중소기업 간 IP 거래 플랫폼 활성화, △해외 특허 확보 비용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 △특허 풀 구축을 통한 공동 기술 활용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지식재산은 더 이상 법률적 보호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혁신의 촉매이자,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특허 최다 보유국 중 하나인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지식재산을 산업과 사회, 세계 시장과 만나 가치를 증폭시키는 ‘광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지재권 전략이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의 격상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아이피리본(IP RIBBON) 대표/변리사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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