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투자자들 비이성적 과열 현상”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유일하게 1%대 하락
1990년대 닷컴 버블 재현 우려 고조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6%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강보합에 마감하고 S&P500지수가 0.59% 하락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특히 나스닥지수 낙폭은 1일 이후 가장 컸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분 확보 계획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 소식에 주가가 7% 급등했지만, 버블 불안에 엔비디아 주가가 3.5%, 팔란티어가 9.4% 각각 급락하는 등 최근 각광을 받았던 AI 관련주들에 매도세가 몰렸다.
기술주가 모여있는 나스닥지수가 크게 내린 이유는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한 AI 보고서가 기술주의 투매를 부추긴 탓이다. MIT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는 수익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 AI 파일럿(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한 기업은 5%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측정 가능한 결과 없이 제자리걸음 상태”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난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AI 버블 경고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앞서 올트먼 CEO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현 상황을 1990년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닷컴 버블에 비유했다. 그는 “거품이 생기면 똑똑한 사람들조차 작은 진실의 조각에 과도하게 흥분하곤 한다”며 “지금 우리가 AI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닷컴 버블은 인터넷 보급 확대로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들이 폭등하다 실적 부진과 투자자 신뢰 하락 속에 붕괴한 사태를 의미한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 나스닥에선 인터넷 관련주 시가총액이 80%나 증발했다.
당시 인터넷 종목에 몰렸던 자금이 지금은 AI 종목에 몰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수익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1.10배로 집계됐다. 종목별로는 애플이 31.75배, 마이크로소프트(MS)가 37.26배, 엔비디아가 56.42배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무려 206.17배에 달한다. 더 넓은 범위의 벤치마크인 S&P500지수가 27.18배인 것을 고려하면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과도한 상황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AI 버블은 실질적으로 닷컴 버블보다 크다고 믿는다”며 “S&P500지수에 포함된 상위 10개 종목 주가는 1990년대보다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투자전략가는 “만약 모두가 일부 고평가된 종목에 전부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주가가 갑자기 흔들리거나 투자 심리가 변한다면 그 종목을 누가 사겠는가”라며 “이건 마치 사람이 너무 붐비는 건물에서 모두가 한꺼번에 출구로 몰려가다 짓밟히는 상황과도 같다. 그게 바로 지금의 위험”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