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관세 강경 발언
美정부 인텔 지분 인수설 고조
보조금 지급 조건 추가 선례될 듯
반도체 보조금 대폭 삭감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지분 전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 약 1.5%를 요구한다면, 법률상 주요 주주(5% 이상) 요건에는 못 미치지만 단숨에 상위 주주 명단에 오르게 된다.
더 큰 압박은 ‘지분 요구’가 관세 정책과 결합해 다층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수입 관세를 100%는 물론 “200%, 300%까지도 가능하다”고 공언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 보조금의 지분 전환 요구를 거부하거나 투자 목표가 미달하는 기업을 겨냥한 ‘보복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면제와 감면 조건을 내걸고 추가 투자, 고용 창출 등을 동시에 압박하는 셈이다.
반도체는 지난 1996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체결 이후 줄곧 ‘무관세 품목’으로 거래돼 왔다. 당시 ITA를 주도했던 것도 미국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를 확대한다는 명분 아래, 글로벌 무관세 체제를 스스로 뒤집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해 정부가 직접 ‘주주’로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관세 폭탄을 들이밀고 이를 피하는 조건으로 미국 내 투자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두 수단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미국이 지분 전환을 요구할 경우 기업은 사실상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관세 위협은 이를 거부할 경우의 대안적 제재로 기능한다.
미 정부는 “경영권 개입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골든 셰어(golden share)’ 선례처럼 계약상 거부권·우선권이 결합될 경우 실질적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회사인 US스틸의 인수 계약을 승인하며, 미국 정부가 소수 지분 형태의 '골든셰어'를 보유하는 조건을 단서로 달았다. 이 골든셰어는 의결권은 없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경영상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지분 전환 자체보다는 ‘골든 셰어’식 조건 부여가 더 우려스럽다"며 "단순한 비의결권 주식이라 하더라도 계약상 거부권, 기술 이전 조건, 수출 통제 권한이 붙을 경우 경영 간섭 수준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정해야 할 레드라인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핵심 기술 이전 강제 △고객·수율 관련 경영 간섭 △한국 본사 의사 결정의 제약은 절대 수용하면 안 된다. 반면 △비의결권·배당형 투자 △투자-관세 상호교환 △정부·빅테크 선구매 계약 등은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은 최대치를 던져놓고 예외나 감면을 흥정하는 구조”라며 “결국 관세·보조금·투자를 서로 맞바꾸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실익을 챙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 리스크가 커질수록 근본 해법은 기술 초격차와 원가 경쟁력"이라며 "최고 성능과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갖춘 제조사가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