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09조 원)를 투자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힘을 보태는 그림이다. 이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차용한 것이다.
다만 마스가 프로젝트가 호황과 불황의 변곡점에 선 한국 조선업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 세계 선박 발주는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조선소들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의 ‘해양 굴기’는 미국의 해상 패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상선은 물론 군함 건조에서도 세를 넓히며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을 갖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부활을 내걸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력은 이미 시작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와 올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따냈다. 아직은 비전투함 단계지만, 트랙 레코드를 쌓아 군함 정비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도 한화오션이 40%, 한화시스템이 6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선에서 함정 건조까지 보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내놨다. 미국의 조선 협력 방안으로 △선박 MRO 위탁 △동맹국의 미국 조선소 인수 △군함 공동 생산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 구매 등 네 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미국도 동맹국에 의존할지, 자국 역량을 우선적으로 키울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조선업이 하루아침에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소는 노후화됐고, 숙련공은 부족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동맹국 협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마스가는 단순한 관세 대응책을 넘어, 다가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한국 조선업의 기회다.
원칙은 단순하다. 경쟁력이다. 미국이 한국을 조선 협력 파트너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CSIS 역시 한국이 일본보다 고부가가치 선박과 빠른 건조 역량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협력의 틀 안에서 얼마만큼 실질적 이익을 끌어낼 지가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