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좋은 비료를 개발하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농촌진흥청의 '우량비료 지정제도'가 28년 만에 첫 열매를 맺었다. 기술기반 농업기업 누보의 제품 '하이코트'가 국내 최초로 우량비료에 지정되면서다.
농진청의 우량비료는 국내에서 새로 개발된 비료나 품질이 개선된 비료로서 농업환경 및 토양의 보호, 농업생산성의 증대 및 농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고 인정되는 비료에 한해서 우량비료 지정 신청을 바탕으로 검토해 지정한다. 우량비료로 지정된 비료의 경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 및 농협경제지주회사에서 사용방법의 지도와 구매의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누보의 제품을 지자체나 농협 등 관급 단체에서 대량 구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하이코트는 기존 난분해성 수지를 대체한 생분해 수지를 활용한 코팅비료로 한 번의 도포로 원하는 시기에 맞춰 비료를 공급한 것이 특징이다. 비료를 감싼 생분해 수지의 분해 시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그동안 쓰이던 재래적 방식의 비료를 넘어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된다.
누보 관계자는 “전 산업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가운데 이번 우량비료 지정은 그동안 농촌진흥청과 함께 코팅비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난분해성 코팅 물질(연간 약 3000톤 추정)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하이코트가 농업환경 및 토양의 보호 측면에서 유기질비료가 지닌 친환경적 특징과 무기질비료가 지닌 경제성 두 가지 장점이 있는 비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보는 신개념 비료 기술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556억 원, 영업이익은 22% 신장한 3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매출 1000억 원 이상 달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누보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주요 신장 원인은 용출제어형 완효성 코팅비료(CRF)의 안정적인 가동률과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말차·녹차 수출의 확대가 매출 및 영업이익의 성장이다.
누보의 말차·녹차는 2020년 국내 수출액의 91%를 차지한 점을 인정받아 2021년도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누보의 상반기 말차·녹차 수출액은 347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362만 달러 중 95.8%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미국 소재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 업체와 3년간 말차 공급계약을 공시한 바가 있다.
미국은 젊은 층에서부터 말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말차는 녹차 수확 전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잎을 찐 뒤 말려 곱게 간 것으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물이나 우유에 섞었을 때 부드럽고 풍부한 식감을 줘, 일반 녹찻잎을 우려 마시는 방식과는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말차 관련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며 식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말차 제품 리뷰를 공유하거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말차 시장은 지난해 약 6645억 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22.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또 2030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1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 타입 별로는 파우더 제품이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물이나 우유 등에 섞어서 완성 시키는 인스턴트 프리믹스 제품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보도 이런 시장 현황을 토대로 말차 재배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동남아 국가에서의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비료 업체들 대부분이 내수에 치중하지만 누보는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식량 안보에서 중요한 공급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에도 지속해서 공급 중이다. 다음 달에도 약 25톤 규모의 비료 선적을 앞두고 있다. 누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을 이어가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세계 5대 곡물 수출국으로 꼽히며 유럽의 ‘곡창지대’로 평가받았으나, 전쟁으로 인해 농업 인프라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향후 단계적 복구가 본격화될 경우, 누보의 코팅비료는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보 관계자는 “이번 수출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우크라이나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자립 기반 마련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종전 이후 급격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동유럽 농업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3자 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의 직접 수혜 기대감을 키운다.
현재 누보는 전 세계 약 20개국에 비료를 수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거점으로 동유럽 전역으로의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