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HBM3EㆍHBM4 첨단 시장 경쟁 격화

인공지능(AI) 기술력이 크게 높아지자, 전 세계적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그간 레거시(범용) 반도체에서 집중 공세를 펼치던 중국 역시 HBM 등 첨단 반도체로 전환을 가속화 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적 목표와 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HBM3(4세대)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XMT는 최근 중국 화웨이에 HBM3 샘플을 공급했으며, 현재 양산을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CXMT의 HBM3 샘플 공급 시점을 연말로 예상했지만, 이를 크게 앞당긴 것이다. 물론 CXMT의 제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제품 대비 생산 능력과 성능이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크다. 다만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이뤄낸 데에 기술력이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HBM3 공급이 본격화할 경우 CXMT의 성장세는 크게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동시에 5세대 제품인 HBM3E도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처럼 CXMT는 최근 첨단 메모리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CXMT는 지난해 범용 D램이었던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몸집을 부풀려왔다. 다만 올해 들어 DDR4 출하량을 줄이는 대신 AI와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차세대 제품인 DDR5를 고도화 및 양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으로 레거시에서 첨단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AI 반도체 시장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AI 큰손인 미국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면서 HBM3E(5세대)와 HBM4(6세대)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엔비디아에 공식적으로 HBM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최근 엔비디아에 중국향 AI 가속기 H20의 수출을 허가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HBM3E 수요가 대폭 늘었다. HBM3E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를 새 공급사로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 전체 HBM 사업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후반으로, 하반기에는 90% 후반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 주류 제품으로 떠오를 HBM4 역시 벌써 물밑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HBM4는 이전 세대 제품과는 달리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써 초기에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1위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내년 물량을 협상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크론도 내년 물량에 대한 완판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15일 미국 출장 귀국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