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녀온 李 "내년도 사업 준비"
상반기 반도체에 20조 자금 투입
이 회장 복귀, 대형 M&A 기대감↑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말 기준 100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며 ‘현금 부자’ 위상을 재확인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순현금은 86조 원대에 달해 글로벌 경기 변동 속에서도 대형 인수합병(M&A)과 전략 투자를 추진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와 맞물려 ‘넥스트 빅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7조1200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53조5800억 원을 보유 중이다. 이를 합한 현금성 자산은 총 100조7000억 원에 달했다. 차입금을 차감한 순현금은 86조7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112조6000억 원)과 순현금(93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각각 11조9000억 원, 6조6000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주요 IT·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의 재무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 현금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상반기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략 투자에 따른 지출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시설투자액은 23조1000억 원에 이르렀으며, 반도체 부문에만 2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이에 따라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4조173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금성 자산 규모는 단일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다. 삼성은 하만 인수 이후 8년간 글로벌 M&A 시장에서 대규모 거래를 잠시 멈췄지만, 최근 로봇·전장·헬스케어 등 신성장 분야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상반기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종속회사로 편입했고, 스웨덴의 냉난방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과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 인수 계약에도 나섰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는 이 같은 움직임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M&A는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네트워크가 핵심인데,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관계와 영향력이 뛰어나다”며 “정상외교와 연계된 해외 투자·인수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중국과 미국 등을 잇따라 방문해 주요 글로벌 CEO들과 회동하며 광범위한 사업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 길에 오른지 17일 만에 귀국하며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삼성전자 모바일·가전 부문을 총괄하는 노태문 사장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전체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M&A를 지속 검토하고 있다”며 “신사업 진출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경우 언제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보유 규모와 최근 행보를 감안할 때, 하반기 중 AI·로봇·전장·헬스케어 분야 강화를 위한 추가 인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대미 관세, 미·중 무역 규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무 체력이 탄탄한 기업일수록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단일 대형 거래뿐 아니라 복수의 중소형 인수를 병행해 기술·인력·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