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다양성·자율성 침해 우려 커
온라인시대 뉴스통제 발상 답답해

지난주 이른바 ‘방송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에서 처음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이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입법에 성공한 것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 선출 제도, 흔히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하는 지배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한마디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여야 정치권이 분점해왔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다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추천 비율을 40% 이하로 줄이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언론 관련 단체들로 분산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전에 추진했던 법안들은 추천단체들이 언론노조와 연관되었거나 정치적 성향이 같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개정된 법은 이사 추천단체를 특정하지 않고 있어 그런 비판에서 다소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 방식이 아니더라도 노조가 방송사업자의 보도·편성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규약이 그것이다.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규약은 기존 방송법에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그 권한을 대폭 강화하였다. 방송편성규약에 포함시킬 수 있는 대상을 방송프로그램의 취재·보도·제작·편성과 관련된 사안으로 확대해 사실상 방송사의 모든 방송 행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사내 종사자와 시청자위원회 추천 몫으로 부여된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권과 편성책임자 제청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규약 적용 대상에 공영방송뿐 아니라 종합편성과 보도채널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뉴스를 편성할 수 있는 방송 채널들이라는 점이다. 민간사업자인 이 방송사들도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취재·제작·편집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방송사업자의 경영권과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위헌적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뉴스매체는 더 높은 수준의 내·외부 통제를 받는다. 객관성이나 공정성 담보를 위해 다양한 감시 기제가 존재한다. 법 규정 같은 외적 규제와 내부 종사자들의 자율 규제 그리고 시청자 감시 체제가 다원적이고 균형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집단이 통제기제를 독점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개정 방송법은 방송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노조가 방송 취재·보도에 대한 규제 권한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규약 규제를 받는 공영방송들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은 방송 뉴스 채널 모두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번 방송법 개정으로 한국의 모든 방송 뉴스 채널들이 노조라는 특정 집단 영향력 아래 사실상 있게 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정치권력과 노조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결탁한 후견체제(clientalism)를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라 비판받는 이유다.
당연히 언론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처럼 소수 방송매체가 시장을 독점한 상태라면 마치 언론기본법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퍼 나르고 있는 시대에 그런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무모해 보인다.
추락하는 전통 방송매체의 영향력과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온라인 미디어의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런 법적 관리로 뉴스를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인공지능(AI)이라는 첨단무기로 무장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낡은 아날로그식 법규제로 통제하려는 대한민국의 낙후된 정치문화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