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 전의 고요라고나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월에는 약 2.7%, 실업률도 약 4.2%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물가지수의 완만한 증가세는 2분기에 구매한 상품의 상당수가 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소매업체가 미리 구매한 상품 덕분일 것이다. 아직 관세가 상품가격에 완전히 전가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관세는 미국에서 실업도 증가시키지 않고 물가도 올리지 않으면서 관세수입을 증가시키는 트럼프의 여의봉(如意棒) 같다. 미국과 관세율을 협상하는 상대국의 비판을 논외로 한다면, 일단 미국에서 관세의 부정적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쯤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볼 수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18년에 시행된 관세전쟁이 제조업 부문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주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올해 성장률을 2.8%로 비교적 높게 예상한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은 계속 금리를 인하하고 있고, 일본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외부 환경이 우호적이면 관세로 인한 고용과 인플레이션 문제는 가려진다.
이번 관세전쟁으로 분명해 보이는 효과는 관세수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관세를 통해 거둬들인 관세수입으로 재정적자를 감소하거나 세금 감면을 보전하려고 한다. 지난 7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종식을 선언하며, 관세와 제조업 보호에 중점을 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지금까지의 WTO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 즉 ‘트럼프 라운드’로 공식화했다. 이제 미국과 국제무역은 비대칭 관세정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무역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영광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관세전쟁에는 잘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고율관세를 부과한 결과로 미국 노동자의 급여는 전반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최근 고용통계국장 해고사건에서 나타나듯이 고용도 좀처럼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상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관세로 인해 미국 노동생산성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관세 부과로 보이는 이득은 보이지 않는 손실을 모두 메워주지 않는다. 실제로는 고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에 순손실을 초래한다. 미국 소비자는 관세로 인해 상품구매에 이전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감소한다. 산업 전체에 대한 순이익은 없다. 미국의 노동력, 자본, 기술은 관세장벽으로 인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산업에서 덜 효율적인 산업으로 투입된다. 따라서 미국 조선산업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력과 자본의 생산성이 감소하게 된다. 한국이 도와준다면 조선업에서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관세부과가 계속되는 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한 생산성의 장기적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관세전쟁은 그동안 미국이 무역적자를 통해 세계에 달러를 공급함으로써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역할을 일부 유예하거나 포기하는 것과 같다. 미국이 다자간 국제무역협력기구인 WTO에서 이탈하면 세계 경제에 공급할 달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고 기축통화로서 쓰임새가 줄어들 것이다.
이미 국제무역 대금결제에서 유로화와 위안화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관세전쟁은 지난 100년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누린 달러패권이 유로화, 위안화와 함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때쯤이면 관세효과가 분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