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세제 개편 논란 겹치며 투자심리 ‘냉각’
거래대금 20% 가까이 급감…국장 신뢰도 흔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액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밖으로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안으로는 대주주 기준 강화 등 세제 개편안 실망감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10조7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최고치다. 재개 당시인 3월 31일(3조9155억 원)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불과 넉 달 만에 잔액이 세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대외 변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생산 계획이 없는 국가에서 제조한 반도체 칩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 설비를 이미 보유하거나 건설 중이어서 이번 조치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과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면제가 단기 호재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산업이나 품목으로 관세 카드를 확장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집권 시절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자동차, 철강, 화학,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표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호 관세 협정’을 15% 수준에서 마무리했지만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부과될 여지가 남아 있어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 요인으로는 세제 개편안이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35%로 설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와는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발표 직후인 지난 1일 코스피는 ‘검은 금요일’로 불리며 4% 가까이 급락하며너 3200선 아래로 밀렸다.
세재 개편 논의가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결론을 미룬 상태다. 투자자들은 세제 정책의 방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수에 나서기보다 관망하거나 매도를 택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공매도 잔고 급증이 다시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주(4~8일)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5608억 원으로, 전주(19조3671억 원) 대비 19.6%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대금 감소는 투자자들이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는 세제 개편안 충격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다가 최근 2영업일 간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24포인트(pㆍ0.10%) 내린 3206.77에 장을 마쳤다.
박성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누적된 가격 부담, 관세 충격에 따른 펀더멘탈 위축, 8~9월 계절적 위험이라는 세 가지 악재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구간”이라며 “14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 FOMC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