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국고채 발행 도입 필요
국가재정법 발행한도 규정 걸림돌
미국·EU는 준비자산 규제체계 구축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개최한 'KCMI 이슈브리핑'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스테이블코인과 단기 국고채'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설명회를 진행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안정성과 가치 저장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려면 국내 채권시장을 포함한 관련 인프라가 원활히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라며 "실물자산과 동일한 가치의 교환비율을 보장하기 위해 준비자산 요건을 적정 수준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단기 국고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단기 국고채는 만기 1년 이하의 국채를 의미한다. 만기에 액면가를 상환받는 구조로 발행된다. 시장 금리나 수요의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변동할 위험이 적어 안전한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적합하다.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재정증권, 통안증권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재정증권은 연말에 전액 상환해야 하므로 준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통안증권은 최근 들어 발행 규모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유동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제도적 제약을 근거로 단기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가재정법상 국채 발행·상환은 총발행액을 기준으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단기 국채를 발행하면 만기 시 재발행(차환)으로 누적 발행액이 급증해 국채 발행 한도를 과도하게 소진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는 "이 문제는 국가부채 관리 기준을 국채 총발행액보다는 순(純)증액이나 잔액을 기준으로 바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국채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으로서의 목적 외에도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부의 일시적 자금 부족 문제에 유용하고, 장기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아 재정자금 조달 및 운용 효율화에 기여해, 정부 조달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무위험채권 수익률 곡선 완성도를 높여 파생상품, 대출 및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가격 결정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을 제외한 국채 시장이 발달한 나라 대부분은 단기 국채를 발행하고 있으며,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단기 국채나 이를 기초로 하는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한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인 근거와 규제 체계를 도입한 미국과 유럽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과 관련해 적격 요건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준비자산의 적정한 관리를 위한 규제체계도 마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발행된 모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1 비율로 준비금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완전 담보화 원칙을 도입하면서 신뢰를 제고한다. 준비금으로 허용되는 특정 자산은 미국 통화와 예금, 단기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머니마켓 펀드 등이다. 유럽은 MiCA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준비자산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환매가 가능하도록 그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