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길 수 있는 각종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야구 구단에게 2025년은 너무 가혹한데요.
모두의 환호를 받았던 2022년과는 너무 다르죠.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그야말로 기적을 썼는데요. 리그를 대표하는 대형 자유계약선수(FA) 하나 없이, 대기업 후원도 없이, ‘화수분 야구’와 ‘육성의 철학’만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뒤, 키움은 그늘이 드리워졌는데요. 올 시즌 현재 팀은 압도적인 최하위죠. 잇단 외국인 선수 교체, 선수 부상, 구단 프런트의 운영 실패, 그리고 감독과 단장의 동반 경질까지. 거기에 팬 시위, 선수협 규탄 성명, 심지어 고교 유망주들이 드래프트 지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영웅’이 될 수 없는 히어로즈가 됐죠.

“훈련 제외 요청을 했다”
팀의 에이스 안우진이 다시 수술대에 오릅니다. 그것도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를 한 달 앞두고 벌어진 일이죠. 현 소속이 아니지만 훈련을 위해 참가했던 2군 청백전 패배자에게 가해진 ‘벌칙성 펑고 훈련’ 도중 벌어진 사고인데요. 투수에게, 그것도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서 막 복귀를 준비 중이던 선수에게 야수 훈련을 시킨 셈입니다.
구단은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쏟아졌죠. 훈련 제외를 요청했던 안우진은 코치 권유로 끝내 참여했고 공을 따라가던 중 넘어져 오른쪽 어깨 인대를 다쳤는데요. 검진 결과는 수술 불가피. 최소 1년 이상의 재활. 팔꿈치 수술에 이어 어깨 수술이라면 복귀까지는 2026년 후반 즉 ‘36개월의 공백’이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떨어졌죠.

키움은 2025시즌 전부터 모험을 택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3명인 상황에서 투수 1명, 타자 2명이라는 파격 구성을 시도했죠. 푸이그(100만 달러), 카디네스(60만 달러), 로젠버그(80만 달러) 합산 240만 달러. 연봉 상한인 4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지만 구단은 ‘공격력 보강과 유망주 투수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요.
그러나 실상은 저비용 운영을 위한 선택이었죠. 지난해 활약했던 외인 투수 후라도(130만 달러), 헤이수스(80만 달러)와 재계약하지 않고 이적을 허용하며 보류권까지 풀어줬는데요. 이후 벌어진 일은 외인의 파산이었습니다. 푸이그는 5월 조기 방출, 알칸타라 영입, 카디네스 부상, 웰스와 개렛이라는 ‘일시 대체 외인’까지 동원됐죠.
결국, 시즌 중 메르세데스를 영입하며 키움은 총 7명의 외인을 기용했는데요. 이는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기록(2001년 한화와 동일)이죠. 지출은 314만5000달러. 돈도 아끼지 못했고 성적도 바닥을 찍었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는 초대형 인사가 터졌는데요. 키움은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 코치에게 ‘동시 보직 해임’을 통보했습니다. 시즌 중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경질되는 일은 흔치 않죠. 사유는 최하위 성적이었는데요.
선수협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습니다. “기형적인 인사 단행”, “구단이 특정인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구체적인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영구 제명된 이장석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죠. 실제로 그의 딸이 공채 없이 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며 ‘그림자 경영’ 의혹은 다시 불붙었습니다.
새 단장은 허승필 운영팀장이 맡았는데요. 퓨처스 감독이었던 설종진이 감독대행으로 올라왔지만 체제 변화는 ‘정비’라기보단 ‘땜질’에 가까웠죠.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요. 고척스카이돔에 팬들은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히어로즈 프런트의 스포츠 정신은 죽었다”, “수년간 전력 유출, 불투명한 자금 운용, 일관성 없는 전술”이라는 성명문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죠.
무엇보다도 팬들은 이정후의 포스팅으로 발생한 277억 원의 행방을 물었는데요. 단 한 번도 구체적인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 돈이 정말 ‘육성’에 사용됐는지 의문을 제기했죠. 코치진 교체 없는 3년 연속 타격 최하위, 근거 없는 타순 변경, 늦장 외인 교체까지 언급하며 팬들은 “구단이 정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시위와 성명은 일회성이 아니었고 커뮤니티에서는 시즌 포기 선언까지 나왔습니다.

한때 야구 유망주들은 키움이 빠른 1군 데뷔의 기회가 오는 곳이라고 선호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올해 드래프트 상위권 후보들은 “키움에 지명되면 미국 갈까 고민 중”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죠.
2군 상황도 그 배경 중 하나인데요. 2군 고양 야구훈련장은 곰팡이, 누수, 라커룸 협소, 방수 불량 등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죠. 플라스틱 통으로 물을 받으며 훈련하고 세미나실도 없어 라커룸에서 미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KBO 시설 점검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요. 다른 팀들이 2군 시설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그 와중에도 키움은 반전의 시도를 꾀하긴 했는데요. 주장 송성문과 6년 120억 원의 비FA 장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야수 기준 역대 최고액이자 FA 아닌 선수로선 역대 여섯 번째 100억 돌파 계약이었죠.

송성문은 키움이 육성해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었고 팬들도 이 계약에 환호했는데요. 그러나 며칠 뒤 안우진의 부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감정은 반전과 좌절 사이를 오갔죠. 기껏 희망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추락. 팀의 미래는 송성문 한 사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매번 들려오는 매각설 속 키움은 ‘독립구단’이라는 명분 아래 수년간 타 구단과는 다르게 살아왔는데요. 하지만 이젠 그 명분도 한계죠. 실제로 키움은 지금 KBO 10개 구단 중 유일한 흑자 팀임에도 불구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외인 농사 실패, 유망주 육성 부진, 2군 환경 방치, 감독-단장 경질, 프런트 책임 전가, 그리고 부상당한 에이스. 리빌딩은 미래를 위한 준비지만 지금 키움은 미래조차 잃고 있는데요. 키움은 정상(頂上)이 아닌 정상(正常)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