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작년 7월 티메프 사태 환불부터 해야"
업계선 신선식품ㆍ비식품 플랫폼 시너지 기대
경쟁사 수준의 셀러 생태계 구축은 '미지수'
티몬 "오픈에 무리 없을 만큼 셀러 확보 완료"

새벽배송 전문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 품에 안긴 오픈마켓 ‘티몬’이 사업 중단 1년 만에 이달 11일 영업을 재개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셀러(판매자)들은 여전히 티몬에 대한 ‘불신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티몬의 영업 재개를 두고 신선식품과 비식품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셀러 생태계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6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11일 공식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신규 셀러 모집 및 입점 셀러 대상 영업 재개 안내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지 1년 만이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 오픈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셀러들이 확보된 상황”이라며 “상품 기준으로는 100만 개를 웃도는 수가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와 함께 안전하고 새로운 판매처로 거듭났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홈페이지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3~5% 수수료, 구매 확정 후 다음 날 바로 정산이 이뤄지는 시스템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입점 신청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 47만 명, 판매자 5만6000여 명이 피해를 봤다. 두 회사의 미정산 금액은 1조2700억 원가량이다. 사태 후 티몬은 신선식품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에 인수됐다. 오아시스는 7월 티몬 사업 정상화를 위해 600억가량을 투자해 새로운 물류센터, 시스템 개편, 셀러 익일정산을 위한 유동성 확보 등에 나섰다.
이 같은 체질개선 작업에도 불신 리스크는 여전하다. 오아시스 인수 후에도 수수료 최저 수준을 둘러싼 갈등 등 잡음이 나오고 있어서다. 티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검은우산 비대위) 신정권 위원장은 “오아시스 측에서 판매자들에게 수수료가 5%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영업 재개를 앞두고 이뤄진 발표에서는 3%로 낮췄다”며 “판매 채널이 없어진 셀러들이 인수자인 오아시스를 믿고 입점해볼까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오아시스 측의 영업 활동 방식에 실망해 ‘오아시스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재오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한 편이다. 티몬이 재영업 한 달가량 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 홍보 영상에는 “제대로 된 환불이 있기 전에는 정상화 안 된다”, “티몬은 다신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티몬의 회생채권 변제율은 0.75% 수준이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오아시스와 티몬이 상품 구색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긍정론과 단시간에 소비자와 셀러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이커머스 A사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강점을 가진 신선식품 새벽배송 물류 인프라에 티몬이 취급하는 비식품을 얹는다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픈마켓의 핵심은 셀러 생태계 구축인데, 이미 플랫폼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굳이 셀러들이 티몬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B사 관계자도 “오아시스의 물류 역량과 충성 고객층이 티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신뢰 회복을 위해선 파격적 혜택이나 단기 마케팅보다 안정성을 높이는 중장기 계획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자와 셀러 모두 특정 플랫폼에 충성하기보다는 혜택이 좋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일단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티몬의 재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티몬 인수가 오아시스의 흑자 모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 C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할인·프로모션 비용은 셀러가 아닌 오아시스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의 흑자 기조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고 봤다.
한편 티몬과 오아시스는 각각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 예정이다. 티몬은 기존 오픈마켓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오아시스의 직매입∙직거래 방식을 일부 흡수해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티몬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한 상품 발굴을 ‘MD가이드’로 두고 있다”며 “이 기조는 티몬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은 영업을 재개하는 11일 당일부터 식품 등 특정 카테고리에 한해 새벽배송도 진행한다. 배송에는 우선 오아시스의 기존 성남∙의왕 물류센터를 활용하고, 향후 티몬 전용 물류센터를 신설하는 등 센터 수를 늘려 전국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