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반영 전에도 레퍼런스 확보 차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늘고 있다. 7월부터 제도적으로 확약 물량에 우선배정 혜택이 부여되는 안이 시행되면서, 제도 시행 이전임에도 일부 기관들이 선제적으로 확약 비중을 늘리는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달 11~17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참여 기관들의 57%가 의무보유확약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기관들의 경쟁률이 275.7대 1에 달하는 데다 참여 물량의 99.9%가 희망밴드 상단(5만 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흥행했다.
의무보유확약률은 기업이 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비율이다. 대한조선은 상장 시 유통가능 물량이 제한적이라 시장 변동성 관리에 긍정적인데다 친환경 선박 등 신사업 성장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대한조선은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모가의 2배가 넘는 10만 원대에 안착했다.
방산 솔루션 기업 삼양컴텍도 지난달 24~30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관이 물량의 절반 가까이(44.8%)에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했다. 올해 코스닥 IPO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지투지바이오 역시 지난달 25~31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5.6%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17~2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아이티켐도 기관 참여 물량의 25.5%가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이처럼 확약 제시 비중이 높아진 것은 당국의 제도 개편에 대한 눈치 보기 또는 선제적 대응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월 IPO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7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대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최소 40%를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했다.
아직까지는 개정안 적용 대상이 되는 공모 기업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관사들의 배정 전략과 기관 내부 가이드라인 변화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와 연기금 등은 확약 물량을 보유 기간 동안 매도하지 않도록 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확약 비율이 높은 기관일수록 우수 딜에서 배정 물량을 더 받을 수 있는 만큼, 기관들 사이에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요예측 배정에서 확약 가점을 많이 받는 기관일수록 유망 기업 IPO 물량을 더 받기 때문에, 내년 대비 마케팅용 레퍼런스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형 기업의 경우 아직도 확약 유도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전반으로 기관들의 장기 투자 분위기가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IR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평균 코스닥 공모의 의무확약 비율은 5% 내외로, 아직 본격적인 제도 효과가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관사의 배정 원칙이 보다 일관되고 투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