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하루새 증시서 8조원 잃어
수출·통화정책·GDP 전반 악영향 우려
노보, 덴마크 고용 증가분 절반 차지

덴마크 경제는 지난해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럽 대륙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자국 제약사 노보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 경쟁 심화와 복제약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보의 효과’에 의존해온 덴마크 경제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노보 시가총액은 지난주 무려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노보가 지난달 29일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21%에서 8~14%로 대폭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에 대한 하반기 미국 매출 증가 전망이 약해진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당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하면서 노보 주가는 당일 하루에만 23%나 폭락했다.
주가 폭락 직격탄은 곧바로 가계로 전이됐다. 시드뱅크는 연금 저축을 제외한 일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덴마크인들이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380억 크로네(약 8조 원)를 잃었다고 추산했다. 이는 연간 총 민간 소비의 거의 3%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다.
덴마크주주협회는 “꽤 큰 손실을 본 주주들이 있을 것”이라며 “일부 덴마크 투자자들은 새 차를 사거나 비싼 휴가를 예약하는 것과 같은 지출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보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그 파장이 주식시장을 넘어 수출, 통화정책, 국내총생산(GDP)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덴마크 최대 은행인 단스케방크의 라스 올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보 성장 부진은 덴마크 GDP 증가율 하락을 의미한다”며 “제약 생산량은 GDP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대치 약화는 성장률에도 기계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노보 재단의 과학 연구·의료·사회 복지 지원 확대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보 재단은 약 9500명 과학자의 급여와 연구비를 지원한다.
일각에서는 ‘제2의 노키아 충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제기했다. 노키아는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제패하며 국가 경제를 견인했지만 이후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몰락했고 핀란드 경제 전반에 위축을 불러왔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노보가 덴마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보는 2023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덴마크 민간고용 증가분의 절반을 담당했으며 특히 주요 생산시설이 있는 칼룬보르그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올센 이코노미스트는 “노보의 엄청난 성장이 덴마크 전체 경제성장과 주주 수익률 증가, 세수 증가, 경상수지 흑자 달성 등에 영향을 미쳤듯이 상황이 반대로 흘러간다면 이 모든 효과는 자연스럽게 역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약품 판매 감소로 인해 덴마크의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인 2022년 말 이후 최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