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 지속
“수요 회복 없이 마진 개선 어려워”
계절 수요·설비폐쇄 등 일부 기대 요인도

주요 산유국들이 2년간 이어온 감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수익성 개선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제마진 하락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철 수요 확대, 글로벌 설비 폐쇄 등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9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하기로 했다. OPEC+는 4월부터 매달 증산 폭을 늘려왔으며, 이번 결정으로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은 사실상 해소됐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OPEC+의 증산 기조는 국제유가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가가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수입원가가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지며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전방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제품 가격까지 함께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6월 배럴당 6.47달러에서 7월 4.14달러, 8월 1일 3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전망은 엇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분기 세계 원유 시장에서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등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여름철 여행 수요 확대와 미국·유럽 정제설비 폐쇄에 따른 공급 제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과 유럽 정유사 폐쇄가 계속 예정돼 있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에쓰오일도 “일부 정유 공장 가동 차질과 미국 정유 공장 폐쇄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정제마진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OPEC+의 증산 결정은 예견돼 있었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수요가 회복되며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