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저품질 소재 유입으로 인한 공급망 품질 리스크 우려 커져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수입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속속 나서고 있다. 후판, 열연강판에 이어 고부가가치 소재로 꼽히는 특수강 봉강까지 제소 대상에 포함되며 내수시장 방어 전선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4일 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은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한 반덤핑(AD) 조사 신청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2년 사이 저가 수입 물량이 급증하며 단가가 하락해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고, 저가·저품질 소재 확산이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수강 봉강은 고강도·경량화 특성을 지닌 고부가 소재로 자동차, 방산, 중장비, 우주∙항공, 원전 산업 등에서 필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특수강 봉강 수입량은 약 75만t(톤)으로, 이 중 중국산이 92%(약 67만t)를 차지했다. 2022년 45만t 수준이던 중국산 수입 물량은 2년 만에 67만t으로 약 50% 늘어났고, 같은 기간 수입 단가는 t당 24% 하락해 가격 왜곡이 심화됐다.
특수강 봉강을 생산하는 세아창원특수강의 영업이익은 2022년 1257억 원에서 작년 114억 원으로 91% 급감했다.
특수강 봉강은 외관으로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저가·저품질 소재가 무분별하게 유입될 경우 공급망 전반으로 품질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크다. 특히 소규모 영세업체 비중이 높은 부품·장비 산업은 소재 품질 검사 및 이력 검증에 한계가 있어 저품질 소재로 인한 피해는 더욱 클 수 있다.
세아베스틸지주 관계자는 “최근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국이 중국산 특수강 봉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재를 강화하며 국내로 유입되는 특수강 봉강의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통해 소재 주권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근본 경쟁력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제소는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수입재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4월 말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으며, 최근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최대 33.57%의 관세 판정을 내렸다.
업계에선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동국씨엠은 중국이 반덤핑 관세 회피를 위해 열연강판에 최소한의 도금·코팅을 한 뒤 단순 후가공을 거쳐 도금·컬러강판 형태로 우회 수출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관련 제소를 추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