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유별난 딸 선호의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25-08-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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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아들선호 의식 어느새 뒤집혀
외려 박탈감마저 느끼는 ‘이대남’들
정책 이끌 부처장관 공석 안타까워

옛말 그른 것 없다고 말이 씨가 되었나 보다. 1980~1990년대를 대표하던 가족계획 표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왔으니 말이다.

지난 주 한국갤럽이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갤럽인터내셔널이 44개국 성인 4만4783명을 대상으로 ‘아이를 한 명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성별을 원하는지’ 물은 결과, 압도적 다수인 65%가 성별은 상관없다고 답한 반면, 남아를 원한다 16%, 여아를 원한다 15%, 의견을 유보한다가 4%로 나타났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대목은 한국이 여아 선호율이 높은 상위 5국에 포함되었음은 물론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여아를 선호한다고 답한 상위 5개국은 한국(28%), 일본·스페인·필리핀(26%), 방글라데시(24%)였고, 남아 선호에 답한 상위 5개국은 인도(39%), 필리핀(35%), 에콰도르·중국(24%), 영국(21%)으로 밝혀졌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도 한국이 여아 선호 1위 국가로 등극했던 선례가 있으니, 이번의 갤럽 조사 결과가 새삼스러울 건 없다. 그보다는 유별난 아들 선호 국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딸 선호로 돌아섰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왜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이구동성으로 딸이 아들보다 키우기도 쉽고 재미도 있어서라고 한다. 주위에 딸바보 아빠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여고남저(女高男低)’라 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우수한 것 또한 이젠 상식이다.

아들 가진 엄마들은 고등학교 배정받을 때 제발 남녀공학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한다. 전교 30등 중 여학생이 27명 남학생이 3명이었던 서울 강동구 소재 남녀공학 일반고를 졸업한 1999년생 조카의 대학 졸업식에 가보니, 인문대학 소속 6개 전공의 수석 졸업생은 모두 여학생 몫이었다.

물론 여고남저 이슈는 우리네만의 고민은 아니다. 여학생이 빼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부모와 교사의 성차별적 태도가 사라진 점과 함께, 남녀의 발달 속도 차이가 지목되고 있다. 스무 살 이전에는 여아의 발달 속도가 남아보다 평균 2년 정도 빠르다는 것이 정설인 만큼, 일부에선 8살 남아와 6살 여아가 한 교실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덧붙여 남학생은 게임이나 포르노에 관심이 분산되어 학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여학생은 SNS의 영향을 더 폭넓게 받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말이다.

한데 딸 선호를 은근히 내비치는 엄마들 마음속에 진짜로 숨은 이유가 더 있다. 한국 엄마는 ‘아들 군대 보낸 엄마’와 ‘보내지 않은 엄마’로 나누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아들을 낳으면 군입대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것 또한 딸 선호로 갈아탄 이유란다. 뿐이랴, 아들은 정말 잘 키워서 좋은 대학 나와 버젓한 직장에 다녀야만 결혼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딸의 결혼시장 경쟁력은 아들과 다르기에 딸은 얼마든지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딸 선호의 숨은 이유라는 것이다.

아들 선호가 사라짐에 따라 성비 불균형이 회복되면서 초저출산이 가속화되는 시기가 2000년대 초반부터란 사실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때부터 부모님의 노후 부양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부모님은 ‘장남 혹은 아들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던 것으로부터 ‘형편 되는 자녀가 모셔야 한다’를 거쳐 ‘자신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가 대세가 되었다.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의식 또한 빠르게 쇠퇴하여 오늘날 이에 동의하는 20~30대는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제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증가 일로에 있다. 한마디로 1990년대까지 살아있던 직계가족 원리가 빠르게 쇠락하면서 딸 선호가 부상한 셈이다.

현재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20대 남성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부모 선호도에서 밀리고, 학교 들어가 여학생에게 치이고, 황금 같은 시기 “군대 가서 썩어야 하고”,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우호적 정책에 희생되면서 이중삼중의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새 대통령이 20대 남성의 요구를 세심히 살펴보라 주문했다는 건 나름 기대해볼 만한데,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의 자진사퇴는 여러모로 불길한 예감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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