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산 제품 무관세' 조치가 포함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체적인 무관세 품목이나 협상 조건 등이 공개되지 않아 시장 영향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지만, 고품질ㆍ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이 무관세를 등에 업고 국내에 대거 진입할 경우 유통채널 주도권 변화가 불가피해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투데이 자문위원인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 교수는 5일 “미국산 제품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사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새로운 상품을 진열할 수 있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품목별로 다르겠지만) 우수한 미국산 제품을 누가 선점해 들여오느냐 문제인데, 이를 빨리 해결하는 회사들이 매출 우위를 선점하고 시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미국 유통사와 현지 플랫폼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교수는 “미국 기업인 코스트코는 미국산 제품 수입에 있어 상품기획자(MD) 역량이 더 높으니, 아무래도 우리 유통기업보다 더 유리한 입지를 가지게 되고 경쟁력도 커질 것”이라며 “결국 누가 미국 현지업체와의 거래에서 얼마나 뛰어난 소싱 능력을 발휘하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관세 미국산 제품이 고품질 가성비 제품을 쫓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우선하게 된다”며 “저렴한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관심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무관세 대상 품목이 아직 미정이라, 확정 이후 국내 유통가에 영향을 미칠 영향이 천차만별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일차적으로 정확하게 어떤 품목들이 무관세로 들어올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세부 품목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 지, 소비자 반응과 사회적 분위기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과거 한·칠레 FTA 당시에도 와인 등이 국내에 들어왔을 당시 와인 가격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아직 무관세 품목이 미정이고 세부 협상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섣불리 그 영향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