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행위를 막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 같은 규제가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가중 시키는 등 역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에서 논의가 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개최될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별도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민감한 성격을 감안해 관세 협상 이후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논의를 미뤘다는 점에서 불씨가 어디로 튈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플법은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중개거래를 공정화하는 공정화법으로 나뉜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미국과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만 나서거나 소상공인들의 숙원 과제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공정화법에 포함해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수료 상함제를 별도 법안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소비자들이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중개·결제 수수료와 배달비 등 수수료 총액이 전체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소비자가 2만5000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플랫폼은 결제수수료와 배달비 등 총 6710원(26.8%)의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현장에선 총수수료 비중이 최대 40%까지 나오고 있어 이를 최대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배달 앱 수수료 상당 부분이 라이더 인건비로 구성돼 상한선을 두면 라이더의 임금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수도권 기준 배달 라이더 인건비는 건당 평균 5000원 전후다. 또 배달 플랫폼 업계가 수수료 제한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최소 주문금액을 높이는 방식 등으로 보전하면 소비자에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달 플랫폼 업계가 수익 제한으로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광고비 등 간접비용이 지금보다 더 늘어 영세 사업자들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 개발 등 혁신 의지가 꺾여 해당 산업 전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뉴욕에선 2021년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 배달 수수료를 30%에서 23% 수준으로 낮추면서 업계가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배달 수수료 15% 등에 합의했지만 추가로 20%의 '서비스 향상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까지 승인돼 업주의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
일각에선 현행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을 통한 규제가 있는 만큼 중복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적 제도화보다 사회적 대화기구 등을 통한 시장 내 자율조정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앞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6월 1만 원 이하 주문에 대한 중개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소상공인 업계에선 1만 원 이하 주문이 많지 않은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화기구의 논의 속도가 더딘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공정거래법 등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져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수수료를 막기엔 적절하지 않다"며 "온라인상에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가 더 공고해 대화 기구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온플법 자체에 대한 각 업계의 대립이 여전히 큰 데다 수수료 상한제를 어떤 법에 반영할지도 논의가 더 필요해 제도 시행까지는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