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온 가운데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졌지만 FTA 이전과 비교하면 불리해졌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우리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였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가 사실상 무관세였다”며 “일본이 기존 2.5% 관세를 물고 있던 상황에서 15%에 합의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12.5% 수준에서 조정됐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일본과 동일하게 15%로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한국과 일본 모두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셈”이라며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불리해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더 나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기업이 중간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며 “자동차는 많이 팔았지만 영업이익은 그만큼 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외 협상 내용 중 조선 산업 관련 투자 펀드에 대해서는 “원래 협상단이 갈 때는 2000억 달러 플러스알파라고 했는데 발표된 금액은 3500억 달러”라며 “여기에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즉 미국 조선업 르네상스를 위한 1500억 달러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 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SNS에는 ‘미국 제품에 대해 한국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며 “그 내용을 보면 모든 품목이 무관세가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쌀도 포함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정책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쌀이나 쇠고기 같은 농축산물은 개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부분을 양보하고 농수산물과 축산물은 방어한 협상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도 반출이나 방위비 문제와 같은 민감한 항목에 대해서는 “구글이 우리나라에 정확한 지도를 반출하지 못하게 막는 데는 국방과 조세, 두 가지 이슈가 얽혀 있다”며 “이런 문제를 막아냈고 방위비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협상단이 양보할 여지를 두고 있었을 텐데 방어해냈다면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돈으로 이런 성과들을 우리가 샀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500억 달러 투자 규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라며 “트럼프의 SNS를 보면 이 자금은 미국과 대통령 자신이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금이라고 표현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비슷한 합의를 했지만 공식 합의서가 존재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먼저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소비 시장의 각축장이 되는 무대에 우리가 자유롭게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 교수는 “2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합의가 전부인지, 아니면 관세 15%는 1단계이고 추가 협상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