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품절 계보, 이번에는 인형옷 [해시태그]

입력 2025-07-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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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미친. 큰 거 왔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다 잘하는 중인데요. 뷰티계 교란종에서 포식자로 덩치를 키우더니 취미계까지 ‘감다살(감 다 살았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죠. 어디까지 휩쓸 작정인지 기세가 무섭습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소비층을 정확히 노린 이번 신상은 바로 ‘인형옷’인데요.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이 조그마한 옷이 출시 직후부터 ‘품절 대열’에 합류했죠.


(출처=다이소몰 캡처)
(출처=다이소몰 캡처)


28일 온라인 다이소몰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인형옷 시리즈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제품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구매하기’ 버튼은 온데간데없고 화면에는 ‘재입고 예정’이라는 공허한 문구만 남았는데요. 그런데 이마저도 이내 ‘추후 판매 예정’으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에겐 한층 더 격한 기다림을 예고했죠. 우비, 망토, 일상복 세트, 딸기 모자까지.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이 앙증맞은 인형옷 아이템들엔 현재 ‘품절’이라는 인기의 훈장이 나란히 달려 있는데요. 단돈 1000~2000원. 더 놀라운 건 역시 다이소다운 가격표입니다.

온라인몰 품절과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진열 이전에 제품을 ‘뒤져서’ 구매하는 후기도 나왔죠. 매장에서 찾을 수 없다는 한탄도 쏟아졌습니다. 품절 대란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닌 요즘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다이소 인형옷은 단순한 ‘귀여움’ 그 이상입니다. 후르츠 망토, 일상복 세트, 우비, 꾸안꾸 캐주얼룩, 잠옷, 딸기 모자, 멜빵바지 등 구성도 다양하죠. 그중 일부는 모자+상의+하의 구성으로 된 풀세트는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데요. 색감은 톡톡 튀고, 디테일도 예상외로 훌륭합니다. 작은 단추나 벨크로 마감, 고무줄 처리된 모자 테두리까지… 제품만 놓고 보면 이게 정말 1000원짜리인지 두세 번은 다시 보게 되는데요. 보통 인형옷 한 벌 가격이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인 걸 감안하면 거의 ‘현실 부정급’ 가격 파괴수준입니다.

먼저 상품을 손에 넣은 이들의 ‘자랑글’이 마음을 더 조급하게 하는데요. 왜 내 손에는 없는지 조급한 마음에 속상함은 덤이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착 인형에게 다이소 옷을 입힌 ‘인증샷’이 대거 게재되고 있습니다. 므메미무, 쭈닝이, 그로밋, 뚱랑이, 뽀글이 등 브랜드 불문인데요. 그렇기에 11일 전후로 출시됐던 이번 신상은 25~26일 오프라인 매장 입고 소식이 들리자마자 발 빠른 이들이 다녀갔고 온라인몰 또한 휩쓸게 된 거죠.


(출처=다이소몰 캡처)
(출처=다이소몰 캡처)

(출처=다이소몰 캡처)
(출처=다이소몰 캡처)


“인형옷 다이소가 다 해먹어라”, “미친 감다살”, “돈 벌 줄 아는 회사”, “다른 크기도 만들어주세요. 내 돈 다 가져가”, “다이소가 오타쿠 덕질 제대로 하게 해줌” 등 온라인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키링 인형 인기에 더해 고가 수집 인형인 레나베어·라부부 수요까지 겹치면서 이번 품절 사태는 예고된 결과에 가까웠는데요. 그동안 내 새끼(?)들을 가벼운 주머니 탓에 ‘벌거벗게’ 만든 속 쓰림을 사재기로 푼 셈이죠. 10벌을 사도 1만~2만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는데요. 누구보다 말없이, 그러나 가장 정교하게 MZ 덕질의 ‘틈’을 파고든 다이소의 타이밍은 이제는 감탄을 넘어섰습니다.

다이소 품절템 대란은 화장품이 시작이었는데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죠.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VT코스메틱의 ‘리들샷 앰플’인데요. 정가 3만 원이 넘는 제품을 다이소에서는 3000원에 판매하며 ‘가성비 홈케어템’으로 인기를 끌었고 일부 매장에선 계산대 뒤에 숨겨놓고 판매할 정도였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리들샷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상이었죠.

뿐만 아닌데요. 다이소가 2023년 11월 애경산업과 단독 론칭한 뷰티 브랜드 ‘투에딧(twoedit)’은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130만 개 판매, 대표 제품인 트임 아이라이너는 23만 개 이상 판매되며 다이소몰 내 품절을 반복했고요. 아모레퍼시픽도 다이소 전용 라인 ‘미모 바이 마몽드’를 100만 개 이상 판매했습니다. LG생활건강의 ‘바이 오디티디’와 종근당건강의 ‘클리덤’은 각각 100만~170만 개 판매를 넘겼는데요.


(사진제공=애경산업)
(사진제공=애경산업)


이처럼 다이소는 더는 ‘이름 없는 제품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실제로 입점 브랜드는 26개에서 60개 이상으로 늘었고 화장품 SKU(제품수)는 500종을 넘겼는데요. 특히 10대~20대 학생층은 다이소를 “제2의 올리브영”, “나만의 화장품 백화점”이라 부르죠. 투쿨포스쿨의 ‘태그(TAG)’ 라인 역시 다이소 채널을 통해 부활했습니다. 한때 반응이 없던 태그 쿠션은 다이소 전용 가격 3000원으로 출시되며 ‘역대급 가성비 쿠션’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는데요. 브랜드 입장에선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다이소 매대는 곧 시장성이 검증되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뷰티를 잡은 다이소는 이제 취미계까지 야금야금 손을 뻗은 건데요. 다이어리 꾸미기를 일컫는 ‘다꾸’가 인기를 끌며, 마스킹테이프, 감성 스티커, 꾸미기 노트, 스탬프 등을 찾는 손님들이 다이소 매대를 채운거죠. 특정 디자인은 매장별 입고 수량이 적어 ‘다이소 투어’를 다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포카꾸’. 아이돌 포토카드를 수집하고 이를 더 잘 ‘저장하기’ 위한 꾸미기가 유행하자 다이소는 슬리브, 탑로더, 꾸미기 스티커, 포토카드 앨범까지 빠르게 라인업을 구축한 건데요. “다이소가 아이돌 덕질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매대는 팬덤의 성지로 떠올랐죠.

다이소는 이제 그야말로 ‘다 있는 곳’이 됐는데요. 그저 저렴한 것을 파는 곳이 아닌 “내 취향에 맞는 걸 찾으러 가는 곳”으로 달라졌죠. 지금의 다이소는 생활용품점이 아니라 ‘취향 큐레이션 플랫폼’이 됐습니다.

1000~2000원대 제품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성은 훨씬 크죠. 그리고 이를 원하는 마음도 너무 큽니다. ‘저렴함’을 넘어 ‘트렌드’가 된 다이소. 다음 품절 대란은 또 무엇일까요? 우선 저 인형옷을 내 손안에 넣고 봐야겠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
(유승호 기자 peter@)

(장유진 기자 yxxj@)
(장유진 기자 yx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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