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에 쏠림 현상
반대매매 물량 쏟아질경우 리스크↑

국내 신용거래융자(빚투) 잔액이 석 달 새 4조 원 넘게 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선 이후 정책 랠리와 단기 테마주 열풍이 맞물리며 레버리지 매매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빚투가 반대매매를 촉발해 ‘빚 폭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8277억 원으로 2022년 5월 13일(21조8410억 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4월 24일 17조4281억 원에서 석 달 만에 4조3996억 원 증가했다. 6월 말 이후 한 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1조700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하지만 지수 급락 시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지면 지수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빚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산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이 과정에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해 하락장이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 과거에도 신용융자 급증은 시장 조정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날 기준 신용융자가 집중된 종목은 코스피의 일신석재(신용비율 9.31%)ㆍ넥스틸(7.76%)ㆍ대원전선(7.58%), 코스닥의 퓨런티어(9.72%)ㆍ미트박스(9.37%)ㆍ지투파워(8.97%) 등이다. 이들 종목은 정치테마주, 철강ㆍ강관, 2차전지 등 단기 테마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7~10%에 달한다.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특성상 테마주 쏠림과 반대매매가 맞물릴 경우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과거 사례도 신용융자 거래 급증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2022년 5월 11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2조28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6~12월) 코스피는 2658에서 2236으로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액도 감소세로 돌아섰고 반대매매 증가로 개인투자자 손실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직전 ‘영국 잔류’ 기대감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7조 원을 넘으며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빚투가 과열됐다. 그러나 예상 밖 탈퇴 결정이 나오자 증시가 급락했고 반대매매가 잇따르며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강제 매도가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이 악순환을 일으킨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선 이후 정책 모멘텀이 단기 장세를 이끌며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반대매매를 유발해 손실을 키울 수 있다”며 “특히 신용 비중이 높은 테마주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조정 시 낙폭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