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 지속 전망

대만에서 26일 치러진 친중 성향 제1 야당 국민당 소속 의원 24명에 대한 국민소환(파면) 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 친미·반중 성향 집권 민진당과 라이칭더 총통의 ‘여소야대’ 국면을 깨뜨리기 위한 승부수는 불발됐다.
뉴욕타임스(NYT)ㆍ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국회의원) 24명과 가오훙안 신주 시장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 결과 해당 25개 선거구에서 반대표가 더 많아 부결이 확정됐다. 대만 선거법에 따르면 의원 소환 투표가 통과되려면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하고 등록 유권자의 최소 4분의 1이 해당 의원 해임에 찬성해야 한다. 이번 소환 투표는 전체 의원의 거의 4분의 1을 겨냥한 전례 없는 규모이며 680만 명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투표 결과로 국민당과 그 동맹은 의회 다수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라이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은 큰 타격을 받았다. 더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대통령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야당의 자신감을 훨씬 높였다.
만약 라이 총통이 성공했다면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중국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었다. 라이 총통은 8월 중남미에 있는 대만의 외교 수교국들을 방문하고 미국 경유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중국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투표는 국민당이 중국과 협력해 대만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라이칭더는 지난해 1월 총통 선거에서 41%의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같은 날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민진당은 113석 중 51석을 얻는 데 그침에 따라 원내 1당 지위를 보수·친중 성향 국민당(52석)에 내줬다. 이어 국민당이 중도 성향의 제2 야당 민중당(8석)과 연합해 라이칭더 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여야 갈등이 깊어지자 소환 투표를 추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투표에 대해 “야당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대만 독립의 실용적 일꾼’이라고 묘사했던 라이 대통령을 불신한다. 민진당은 대만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이며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국민당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 창당된 정당이다. 또한 최근 라이 총통은 대만이 완전한 국가임을 주장하며 국가적 단결을 촉구하는 연설을 해왔다.
이번 파면 불발로 향후 예산, 국방, 판사 임명 등 모든 현안을 둘러싼 극심한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동북아시아 선임분석가인 윌리엄 양은 “이번 투표 결과는 대만 유권자들이 여전히 현재의 권력 균형, 즉 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여당이 행정부를 통제하는 구조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민진당이 유권자 결집을 위해 중국의 위협만을 내세우지 말고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둔화이대 정치학과 장춘하오 교수는 “민진당은 모든 선거에서 반중(反中) 메시지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유권자들은 경제와 민생 문제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경제는 올해 1분기에 5.48% 성장했지만, 그 대부분은 인공지능(AI) 관련 고급 반도체 수요에 의해 견인됐다. 많은 국민은 주택과 생필품 가격 상승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한편 다음 달 23일에는 장치전 부입법원장(국회부의장) 등 국민당 소속 지역 입법위원 7명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가 한 차례 더 실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