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 시한인 8월 1일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는 미국의 관심이 큰 조선업 협력을 매개로 막판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통상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이틀째 회담을 이어간 가운데 이번 주에는 경제부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미국을 찾아 막판 총력전에 힘을 보탠다.
다만, 경쟁국인 일본이 앞서 우리 측 규모를 크게 웃도는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율을 낮춘 데다 실제 미 고위급과 대면 협상이 가능한 물리적인 시간도 빠듯해 타결까지 고비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의 24~25일(현지시간) 회담은 한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 측에 의해 협상 타결 수준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김 장관이 24일 회동에서 미 측에 이전보다 진전된 협상안을 제안했지만 미 측의 추가 요구에 대통령실 논의를 거쳐 25일 러트닉 장관 자택 회동에서 이보다 진일보한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우리 정부가 협상 카드에서 제외한 농산물 품목도 이 과정에서 미 측 요구를 반영해 일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도 한미 협상과 관련해 "생산적"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협약 성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미 측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소고기, 쌀 등의 농산물을 비롯해 디지털, 자동차 등 3개 분야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농민을 중요 지지층으로 여기는 만큼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의 큰 양보를 받아내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과 합의한 많은 국가가 농산물 분야에서 시장 개방 등의 약속을 했다.
앞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춘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투자 제안도 한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정부가 준비한 투자 규모는 일본에 크게 뒤처지는 최소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선업 등 미국 관심이 크고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중심으로 협상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대통령실은 전날 "우리 측은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만간 방미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통상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상호관세 유예기한까지 시간은 빠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EU)과 관세 협상을, 28~29일 스웨덴에서 베센트 장관 등이 배석하는 가운데 중국과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 측과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은 현실적으로 30~31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