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옵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혁신을 거듭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손실 방어 효과를 지닌 상품들이 주목받으며 은퇴 자산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첫 커버드콜 ETF 출시 이후 국내 옵션 ETF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2022~2023년 변동성 확대 시기에 1세대 커버드콜 ETF가 새로운 인컴(정기적인 소득) 투자 시대를 열었다. 2024년에는 상승 참여율 확대, 옵션 매도 주기·비중 조절 등을 통해 구조적 한계를 보완한 2세대 커버드콜 ETF가 대거 등장했다.
올해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버퍼형 ETF가 상장해 주목을 받았다. 버퍼형 ETF는 커버드콜 전략에 풋옵션 스프레드(풋 매수·매도)를 결합한 형태로, 약속된 기간 하락 리스크를 제한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2018년부터 버퍼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적인 옵션 ETF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이달 22일에는 ‘KIWOOM 미국테크 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라는 새로운 형태의 옵션 ETF가 국내 시장에 처음 도입됐다. 이 ETF는 ‘프로텍티브 풋’ 옵션 전략을 구현한 상품으로, 옵션을 직접 매수하는 대신 주식과 채권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하여 ‘가상의 옵션 효과’를 재현하는 델타 헤지 방식을 활용한다. 매월 말 기초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월간 목표 방어선’을 설정하고, 수익률이 방어선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초자산(기술주 100 포트폴리오)의 상승 참여를 최대화하면서도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옵션을 활용한 파생 ETF는 미국 시장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당 ETF는 커버드콜과 버퍼 ETF로 대변하며 일정한 현금 흐름 창출 및 손실 방어가 특징으로,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머캔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옵션 ETF 수는 600개 이상, 운용자산은 2100억 달러를 넘어 2020년 말 96억 달러 대비 20배 이상 확대됐다. 1946년에서 1964년생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며 미국 주식·펀드 자산의 54%를 보유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자산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복잡성과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옵션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다.
국내 ETF 시장 또한 6월 초 운용자산 200조 원을 돌파했으며 22일 기준 상품 수는 1000개를 넘어섰다. 운용자산 100조 원 돌파에 21년이 걸렸으나, 최근 2년 만에 다시 100조 원이 증가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및 변동성 장세 동안 다양한 전략 상품이 출시하면서 ETF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입증했으며, 그 중심에 옵션 ETF가 있었다는 평가다. 기관과 전문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옵션 투자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앞으로도 글로벌 ETF 시장의 성장세는 저비용-고효율 투자 수단으로서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ETF 시장 역시 개인 투자자 참여 증가, 퇴직연금 및 기관 자금 유입 확대, 옵션 기반 상품 고도화, 기술 및 운용 인프라 개선,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정책 및 금융세제 개편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운용자산 300조 원 돌파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