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사회적 배경으로, ‘건강’과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문화의 확산을 들 수 있다. 과거 단체 회식과 폭음 문화가 주를 이뤘던 시대를 벗어나 현대 사회,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건강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술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가볍게 마시는 술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고도수의 술에 대한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저도주 선호 트렌드로 이어졌다.
특히 건강 관리도 즐겁게 하려는 ‘헬시 플레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칼로리와 당을 낮춘 제로슈거(Zero Sugar) 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적 배경으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MZ세대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소맥’으로 대표되는 획일적인 음주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아 즐기는 MZ세대가 주류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저도주를 통해 다양한 맛과 향을 경험하고, 칵테일이나 하이볼처럼 자신만의 레시피로 술을 재창조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새로운 문화를 주도한다.
특히 16도로 더욱 부드러워진 저도주를 다른 음료나 주류와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다른 음료나 차와 혼합하여 자신의 취향대로 술을 만들어 마시는 재미는 저도화되는 주류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회·문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시작된 한국의 저도주 트렌드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주류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글로벌 주류 시장 역시 ‘K콘텐츠’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K-소주’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만큼, 이제 소주는 ‘독한 술’이라는 인식을 벗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부드럽고 캐주얼한 술’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때가 왔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저도화가 소주 본연의 정체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춘 혁신은 모든 산업의 숙명이다. 국내의 ‘가볍고 건강한 음주‘를 지향하는 문화로의 변화 속에서 저도주 트렌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또 한 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술, 소주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