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금액과 맞먹어
벤처 투자 3분의 2 차지
엑시트는 소규모 M&A가 대부분

22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을 인용해 상반기 미국에서 AI 스타트업이 모금한 자금이 1043억 달러(약 144조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금인 1044억 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 벤처 투자의 약 3분의 2가 AI에 쏠렸는데, 그 비중도 지난해 49%에서 불어났다.
가장 큰 거래는 3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오픈AI가 400억 달러를 유치한 사례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기업가치는 당시 신규 유입되는 자본을 포함해 3000억 달러로 평가됐다.
6월에는 메타가 스케일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밖에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이 35억 달러, 오픈AI 공동 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신생 기업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가 20억 달러를 각각 유치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AI 투자는 가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AI 기업 xAI가 주식과 채권 발행으로 100억 달러를 모은 지 몇 주 만에 금융기관과 협력해 최대 12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투자금은 계속 모이고 있지만, 문제는 엑시트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상반기 281건의 엑시트가 이뤄졌고 금액은 360억 달러에 그쳤다. 메타가 스케일AI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엑시트가 됐지만,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은 들어오는 돈이 이렇게 엑시트 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라고 CNBC는 짚었다. 엑시트가 원활하지 않으면 스타트업 생태계 순환이 주춤해 장기적으로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피치북의 디미트리 자벨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M&A)이 빈번하지만, 대부분 그 규모가 작다”면서 “가치가 훨씬 큰 기업공개(IPO)는 감소하고 있는 게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엑시트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엑시트가 성사된 경우 대부분은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주도됐다. 볼트온 전략이란 대기업이 향후 IPO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자사 가치를 높이고자 동종업계 소규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을 뜻한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의 5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전날 “양사의 불화로 프로젝트가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단기 계획도 급격히 축소됐다”면서 “스타게이트를 담당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회사는 아직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오픈AI와 오라클은 이날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규모를 4.5GW(기가와트) 추가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계획은 미국에서 10GW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인프라 구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