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에 지원금 경쟁 조짐⋯유통망 ‘눈치보기’
갤럭시 S25ㆍ아이폰 16은 ‘공짜폰’ㆍ‘차비폰’ 속출
“가격ㆍ요금이 다른데?”⋯고령자 피해엔 주의해야
2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의 한 휴대폰 대리점. 기자가 이날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7’의 가격을 묻자, 대리점 직원은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직원은 “9만9000원짜리 요금을 6개월 사용하는 조건이다"라며 "저희가 84만 원까지 지원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됐다.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이 책정하는 추가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서, 유통망을 중심으로 한 지원금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애플의 아이폰16을 중심으로는 ‘공짜폰(기기값이 0원인 휴대폰)’, ‘마이너스폰(기기값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휴대폰)’ 등까지 부활하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 시내 일부 이동통신 유통망에선, 출시 당일임에도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대리점에선 갤럭시 Z 플립7을 반 값에 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대리점 직원은 “쓰던 핸드폰을 보상 처리할 것까지 고려하면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며 “기본 요금 9만 원을 2년 동안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갤럭시 S25의 경우 고액 요금제를 6개월 쓰는 조건으로 기기값 0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원금이 요금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할인을 받기 위해선 높은 요금제를 쓰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3사가 지급하는 ‘공통지원금’도 올랐다. 이날 기준 이통3사는 ‘갤럭시 Z 시리즈’의 공통지원금을 최대 60만 원으로 책정했다. 전날까지 진행된 사전예약 때보다 10만 원 오른 수준이다. SKT와 KT는 갤럭시 Z 시리즈의 최대 50만 원의 공통지원금과, 번호이동 고객 대상 전환지원금 10만 원을 정했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 Z 폴드7에 대해 최대 50만 원, 갤럭시 Z 플립7에는 최대 60만 원의 공통지원금을 설정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소비자는 이통3사가 제공하는 공통지원금에 더해,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유통망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추가지원금도 함께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불법이었던 페이백 등 지원금도 계약서에 기재할 경우,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기값 전액을 지원받거나, 오히려 지원금을 더 받는 경우도 가능해졌다.
한편, 정보력에 낮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접수된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7%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 피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3% 증가했다. 이 중 73%(435건)는 오프라인 판매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가장 많이 발생한 피해는 ‘실제 청구된 단말기 가격이나 월 이용 요금이 계약 당시 안내받은 금액과 다른 경우’로, 90.1%(537건)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