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형 칼럼] ‘육참(肉斬)의 결기’ 다져야 할 때다

입력 2025-07-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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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명예교수/공법학

경제살리기 등 시급한 난제 수두룩
정치파국 뒤엔 늘 여당의 무능있어
더나은 미래 위해 공천개혁 나서야

이제까지는 뭐 괜찮다. 전임자가 워낙 망쳐 놓았으니 그보다는 낫겠지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잘하고 있다. 일단 당선되니 ‘열 흉이 묻힌다’고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리스크나 인격적 신뢰 문제가 잊히지는 않겠지만 칭찬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폭염과 장마, 안전사고 등 재난 취약점을 둘러보며 경각심과 책임을 고취하고 참사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고, 지방과 사회적 약자들, 새내기 관료들을 격려하는 행보는 국정 책임자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전 정권 사람도 쓴다는 제스처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쪽에서는 급류다. 물살이 세다. 고속트랙 내란척결이나 3특검 수사, 호기로이 전광석화 추석 전까지 마무리한다는 검찰개혁이 그렇다.

진실은 이제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제 막 조각 단계고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것이다. 바야흐로 변곡점, 스텝이 꼬이는 난코스에 접어든다. 경제되살리기는 물론이고 부동산 정책, 사법제도개혁,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교육정책, 지방분권과 지방소멸대책 , 기본소득 문제 등 줄줄이 지뢰밭이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해도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리고 또 한반도·남북문제는? 트럼프 리스크, 관세폭탄 대응은? 난관에 봉착하면 결국은 본질이 드러날 것이다. 언젤까? 언제 그 극강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며 진면목을 드러낼까?

많은 이들이 오만과 자만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경고는 실효성이 없다. 권력이 스스로 현명하게 자제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일시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듯한 인상을 주지만 대통령의 안전과 정권의 지배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당파적, 도구주의적, 조작적 입법 폭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방향이나 강도, 우선순위를 변경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금명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집권 여당이 친명, 개딸 등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탈레반 전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수(巨獸)가 된 당 전체가 호기를 놓칠 리 없다. 망치 쥐면 못만 보인다고, 칼을 쥐면 휘두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언제라도 수틀리면 칼을 휘두를 태세면서 차분히 마주 앉아 대화·타협하자고 할 수 있을까? 트럼프 세계처럼 팔 꺾고 양보와 합의를 강요하는 힘의 정치에 비하면 승자·강자의 아량을 주문하는 협치의 파랑새는 너무나 미약하다.

당분간 사세(事勢)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급류일수록 난관도 많다. ‘뽑아 줬더니 갑질만 한다’,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농탕만 벌였다’, ‘결국 사람만 바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절호의 다수권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진다. 민주당도 한때 파멸의 위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상대의 패착 덕분에 살아났다. 그토록 탄탄해 보이던 보수의 지배가 순식간에 허물어진 건 ‘십상시 국정농단’ 탓이었다지만, 비단 대통령 권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제구실 못 한 여당의 무력무능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고질적·주기적 파국 사이클의 숨은 그림 주범이었다.

여당을 견제할 야당이 오합지졸(烏合之卒)로 전락해도 문제지만, 결국은 대통령만 바라보는 ‘소용돌이 정치(politics of Vortex)’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당의 민주역량 결핍이 가장 큰 정치 리스크일 수 있다. 복과 힘에 겨워 출범부터 쇠락과 위기의 길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균형추 역할을 할 이성적 다수가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일, 그것이 집권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관건은 공천 제도를 개혁하는 데 있다. 자신의 명줄이 걸린 공천 제도를 자신이 늘 표방해 온 민주적 가치와 이념에 맞게 뜯어 고치고 실천하는 것은 육참(肉斬)의 결기 없이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가장 우세·유리하다 여길 때 바로 지금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부디 절제와 균형감각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더 나빠지지 않게만 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깊은 사회심리를 유념해야 한다. 개혁을 하되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계획을 갖고 하고 겸허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을 바꾸지는 말아야 한다. 아주 조금, 그리고 확실하게 나라를 한 단계만 전진시키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런대로 살 만한 미래가 보이는 곳까지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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