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도 G20 중 최하위

새 정부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약속 아래 국내 증시는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4.58배, 1.07배로 집계됐다. 연초 각각 12.66배, 0.84배로 출발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PBR의 경우,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1년여만에 1배를 회복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 대표 지수에 매겨진 가치에 비하면 코스피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다. 같은 날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PER과 PBR은 각각 30.03배, 5.36배로 나타났다. 코스피 PER과 PBR은 S&P500의 49%, 20% 수준에 그친다. 니케이225 지수 PER과 PBR도 각각 15.69배, 1.42배로 코스피를 웃돈다. 국내 증시가 절대적 저평가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기준 한국의 PER은 선진국 대비 48.8%, 신흥국 대비 75.0% 수준”이라며 “PBR 역시 선진국, 신흥국 대비 각각 29.9%, 57.8%로, 5년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저평가 수준은 PER 기준 10번째, PBR 기준 16번째에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 증시 할인 현상의 핵심 배경 중 하나로는 미약한 주주환원과 주주 보호에 따른 투자자 불신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은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 수준으로 분석됐다. G20 주요 기업에 비해 주주 보호나 배당 등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G20 중 국영기업 중심의 중국과 자료가 미흡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을 제외한 16개국 356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배당 성향)이 27.2%에 그쳤다.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영업현금흐름 대비 주주환원 규모는 0.2배였다. 이는 튀르키예·아르헨티나(각 0.1배) 다음으로 가장 적은 정도다.
자사주 매입에도 소극적이었다. 주주환원에서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미국은 46%, 캐나다와 영국은 각각 40%, 31% 등에 달했다. 한국은 9%에 불과했다. 런던증권거래소 평가 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각 기업 ‘주주 보호 점수’에서 한국 기업들은 평균 6.8점을 기록하며 16개국 중 12위에 올랐다.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한국 증시 할인율 축소를 향한 기대감은 계속되고 있다. 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에 이어 현 정부가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런 정책 모멘텀이 소액주주 권익 강화로 이어진다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을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책 권고에 따라 주주환원 사례는 증가하고 있으며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합으로 배당 성향이 증가하고 주주환원 로드맵 공개 등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배주주의 선제적 주주 친화 정책,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내년 주총 시즌을 앞둔 올해 하반기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