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성능 상위 톱 10 3개 포진⋯알리바바 큐원, 119개 언어 지원
SKT '에이닷 엑스'도 큐원 채택⋯중국의 성공사례 벤치마킹 목소리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의 최근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곧이어 그가 물었다. “근데 우리는 어때요? 미국 기업 이길 수 있어요?” 그러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졌다.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대한민국 인공지능(AI)의 씁쓸한 현실이다.
중국의 AI 굴기가 거세다. 과거 내수 시장에 집중하던 중국 AI는 이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패권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 인재, 그리고 생태계까지 전방위에서 미국을 맹추격하며 ‘AI G2’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엔 ‘공격적인 지원’과 ‘글로벌 확장성’이 있었다.
중국 AI 진화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알리바바의 큐원(Qwen) 모델이다. 큐원은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개발한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 제품군으로, 현재 최신 버전은 ‘큐원3’다. 주목할 만한 점은 큐원의 효율성과 범용성이다. 큐원은 총 119개 언어와 방언을 지원하며,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3억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또한,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AI 개발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는 큐원을 기반으로 만든 파생 모델이 10만 개 이상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한국어 특화 LLM ‘에이닷 엑스(A.X) 4.0’의 파운데이션 모델로 큐원 2.5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다른 예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즈푸AI가 있다. 즈푸AI는 자체 LLM인 'GLM' 기반 AI 모델 개발과 AI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최근 발표된 GLM-4-9B 모델은 10조 토큰 이상의 다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특이점은 즈푸AI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 정부 및 국영기업에 AI를 제공하며 글로벌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오픈AI도 즈푸AI를 정조준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전 세계 AI 기술 경쟁도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cificial Analysis)'가 주요 LLM의 성능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성능 상위 10개 모델 중 7개가 미국산, 3개가 중국산이었다. 오픈AI, 구글, xAI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선두권을 차지한 가운데,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기업들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분석 범위를 20위권으로 넓혀 보면 프랑스의 미스트랄과 캐나다,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의 모델도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국 모델은 없었다.
중국 AI의 약진은 국가 전략과 산업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규정하고, 대규모 데이터 자원과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AI 세계 1위 도약을 공식 선언한 이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국유기업까지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14억 인구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했고, 이는 곧 기술 개발의 속도와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여기에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민간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무기로 글로벌 생태계 확장까지 주도하면서, 중국은 기술력과 확장성 양면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수 인재가 중국으로 몰려드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중국의 성공 사례를 전략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 개발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원 교수는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고, 한국의 규범과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한국어만 잘하는 모델로는 프런티어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한국어를 제일 잘하는 모델은 중국의 큐원이다. 큐원은 한국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한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프런티어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