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범위 10㎝ 내 높은 정밀도
유럽ㆍ북미 공략⋯아동 감지 기능 개발 중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LG이노텍의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혁신 부품으로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습니다.”(유병국 전장부품사업부장(전무))
LG이노텍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앞세워 차량 통신 부품 사업을 연 매출 1조5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차량 공유 산업 성장세 속에서 디지털키 수요 증가 흐름을 포착한 문혁수 대표의 선제적 판단에 따른 행보다.
LG이노텍은 15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기술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제품은 5G 통신 모듈,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과 함께 차량 통신 사업의 핵심 라인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디지털키 시장은 올해 약 6000억 원에서 2030년 3조3000억 원 규모로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차량 중 디지털키가 적용된 비율은 20%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6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LG이노텍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이다.

LG이노텍은 일찍부터 차량용 디지털키 모듈 개발에 착수해왔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거는 기능을 제공한다.
김형근 전장마케팅 담당은 “오차 범위 10㎝ 이내를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키 제조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LG이노텍을 포함해 2~3개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밀한 위치 인식 기술은 LG이노텍이 오랜 기간 무선통신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이 바탕이다.
현장에서 진행된 시연에서는 스마트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차량에 5m 이내로 접근하자 디지털키가 자동으로 활성화됐다. 차량 옆 모니터에는 ‘웰컴’이라는 문구가 떴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상황에서도 트렁크 문은 발을 킥 센서 주변에 가져다 대자 자동으로 열렸다.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차량 앞에 서면 프론트 도어가, 뒤쪽에 가면 백도어가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도 공개됐다. 물리적인 거리 정밀 측정이 핵심이다.

LG이노텍은 3D측위 알고리즘을 통해 정밀도를 30% 이상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BLE(저전력 블루투스)에 더해 UWB(초광대역) 기술까지 결합해, 전파 간섭을 피하고 해킹 위험도 최소화했다.
기존 제품은 20~30㎝ 거리에서 차량 문이 열리는 등 오작동 가능성이 있었지만, LG이노텍의 디지털키는 사용자가 도어에서 10㎝ 이내에 접근해야만 문이 열린다. 엉뚱한 문이 열리는 상황을 차단한 것이다.
안전 기능도 강화된다. LG이노텍은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추가해 아동 감지(CPD) 기능을 개발 중이다. 차량 내 남겨진 아이의 움직임이나 호흡을 감지해 운전자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는 기술이다. 실제 시연에서는 차량 내 아기 모형 인형이 움직이자 스크린에 초록 별이 표시되며 위치를 안내했다.
LG이노텍은 북미와 유럽 고객사들 사이에서 이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량에 남겨진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관련 기준들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 실장은 “기존 CPD 장치는 좌석 중량의 변화로 아동의 탑승 여부를 감지했던 만큼, 아동의 무게와 비슷한 가방을 올려놓으면 이를 아동으로 인식해 알람을 잘못 보내는 경우가 잦았다”며 “LG이노텍의 디지털키에 장착된 CPD는 레이더를 통해 성인과는 또 다른 아동 특유의 미세 호흡을 감지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중국보다는 북미·유럽·국내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도 디지털키 수요가 있지만, 확실한 고객 기반을 갖춘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