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들도 중고교 생물 시간을 떠올려보면 얼핏 기억이 날 것이다.여러 완두콩 품종을 비교한 멘델은 둘로 나뉠 수 있는 7가지 특징을 추려냈다. 완두콩 모양(둥근 것과 주름진 것)과 색깔(노란색과 녹색), 꽃 색깔(자색과 흰색), 꼬투리의 모양(매끈한 것과 굴곡진 것)과 색깔(녹색과 노란색), 꽃이 줄기에 붙은 위치(끝과 중간), 줄기 길이(긴 것과 짧은 것)가 그것이다.
멘델은 각 특성에 대해 서로 다른 품종을 교배해 얻은 잡종의 형태는 중간이 아니라 둘 가운데 하나와 같음을 발견했다. 즉 유전은 노란 물감과 파란 물감을 섞으면 녹색 물감이 나오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라는 말이다. 어떤 형질이 특정 인자(훗날 유전자로 부르게 될)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1950년대 DNA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되고 그 뒤 유전자가 DNA조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유전자 사냥이 시작됐다. 멘델의 완두콩 7가지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 역시 실체가 하나둘 드러났다. 1990년 콩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녹말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지정하는 SBEI로 밝혀졌고 열성(주름진 콩)은 이 유전자가 고장난 결과였다. 이어서 1997년 줄기 길이를 결정하는 유전자 GA3가 밝혀졌고 2007년 콩 색깔에 관여하는 유전자 SGR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에는 꽃 색깔에 관여하는 유전자 bHLH가 밝혀졌다.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에는 지난 15년 동안 진전이 없었던 나머지 3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멘델 완두콩 유전법칙 논문이 나오고 160년 만에 유전자의 실체가 모두 드러난 것이다.
중국농업과학연구원이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야생 및 재배 품종 697개 유전자원의 게놈을 해독한 뒤 비교해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 결과 꼬투리 색깔은 엽록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ChlG 때문으로 변이가 생기면 열성인 노란색이 된다. 꼬투리의 모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두 개가 밝혀졌다. 즉 세포분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CLE41 유전자나 세포벽 두께에 관여하는 MYB26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굴곡진 꼬투리가 된다. 다만 멘델이 실험한 품종이 어떤 유전자 변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끝으로 꽃이 줄기에 붙은 위치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CIK2/3으로 꽃이 필 범위를 지정하는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멘델의 완두콩 유전자 완전 규명은 160년의 미스터리를 마침내 풀었다는 학술적 의미가 크지만 실용적 가치도 상당하다. 최근 지나친 육식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체육 연구가 활발하고 완두콩이 양질의 단백질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완두콩 모양에 관여하는 SBE1 유전자는 단백질 함량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주름진 콩이 더 높다). 이번 연구는 멘델 유전자 규명뿐 아니라 좀 더 우수한 완두 품종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멘델은 죽음을 앞두고 “내가 이룬 과학 업적에도 대단히 만족한다. 틀림없이 세계가 곧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가 시작한 연구가 160년 만에 완성된 걸 멘델이 지켜본다면 무척 뿌듯해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