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밀레이 발끝도 못 따라가는 트럼프

입력 2025-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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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뚜렷이 구분되는 성과를 내며 전 세계 자유주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밀레이는 기이한 언행과 반엘리트 성향, 과격한 감세·규제완화 공약으로 인해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치 경력 없는 인사라는 점과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에 힘입어 대권을 차지한 것이 유사했다. 하지만 정작 집권 후의 행보는 트럼프와 현격히 달랐다.

밀레이는 집권 직후부터 366개 정부 기관 폐지, 공공요금 보조금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 등 고강도 긴축 정책을 단행했고,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에서 실리적 접근을 택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국면도 넘겼고, 페소화 가치 급락을 방어하며 외환시장 안정을 유도했다.

여전히 민생 고통이 크지만, 그는 “짧고 고통스러운 치료 없이는 회복도 없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견지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지켜냈다.

반면 트럼프는 최근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gain, OBBBA)’이라는 이름의 포괄적 입법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은 감세, 규제완화, 국경통제, 에너지 자립 등 과거 정책의 반복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핵심인 대규모 감세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물가 불안, 사회 양극화 문제를 고려할 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와 공급망 재편 이후의 글로벌 경제 질서는 트럼프 1기 때와는 전혀 달라 새로운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밀레이를 언급하며 “단 1개월 만에 정부 지출을 30%나 줄이면서도 흑자를 달성했다”며 “재정 규율이 일반 대중에게 인기 없다고 말하지 말라. 그의 인기는 오히려 올랐다”고 밝혔다.

밀레이는 국가 개입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재정 건전성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트럼프가 달성하려는 목표 아니었는가. 트럼프는 지금은 앙숙이 된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앉혀 대규모 지출 감축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작 이제는 정부 지출 증가와 세수 감소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키우게 됐다.

밀레이가 성공한 원인은 ‘불편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일관되게 실행한 데 있다. 그는 정치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책 전환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끊임없이 설득했고, 행정적 실행력도 확보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정치적 쇼맨십과 단기 지지율 관리에 집중하며 중장기적 개혁에는 소홀했다. 결국 지도자가 입으로만 떠드는 것과 실제로 불편한 개혁을 감내하며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트럼프는 관세에 대한 오락가락 발언으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트럼프 2기 전반을 상징하는 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는 물론 OBBBA도 그가 겁쟁이임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욕먹을 용기가 없어서 감세하면서도 지출을 늘리는 이상한 법안을 성립시켰으니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제자인 밀레이의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재정에 대한 책임성과 정치적 일관성,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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