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나고 있는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됐다. 이 영향으로 전날인 13일 밤부터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날 오후까지도 강수는 이어질 전망이다.
열대저압부는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하면 태풍으로 분류되는 기상 현상을 뜻한다. 이번에는 태풍급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장마철 이상의 폭우를 남부 지역에 안기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건조했던 지역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집중되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며 하천물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어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번 비의 누적 강수량은 장마철 전체 평균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15일 새벽까지 예상 강수량은 부산·울산·경남·경북동해안·경북북동산지에 50~100㎜, 경남 중서부 내륙은 최대 150㎜ 이상, 지리산 부근은 120㎜ 이상이다. 대구·경북내륙·강원영동·호남·제주 등에도 120㎜에 육박하는 강수가 예보됐다.
이번 폭우의 배경에는 이례적인 폭염이 자리하고 있다. 7월 초부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는 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서울의 7월 상순 최고기온은 1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광명과 파주에서는 이미 40도를 넘어섰다.
이처럼 뜨거운 공기가 대기 상층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외부의 찬 공기와 충돌할 경우 대류 불안정이 심화되며 강한 비구름이 생성된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록된 시간당 68㎜의 폭우 역시 대류 불안정과 국지적인 비구름 형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 일부 지역에는 소나기 예보만 있었지만 실제로는 스콜에 가까운 강한 강수가 나타났다.
기상청은 최근 발생하는 국지성 호우의 양상이 전통적인 장맛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해수면에서 생성된 수증기, 도심 열섬 효과, 찬 공기의 유입이 맞물리며 예측이 어려운 게릴라성 비구름이 형성되고 있다. 일본 도쿄와 사이타마 등에서도 비슷한 시기 시간당 110㎜ 이상의 소나기가 관측되며 폭염과 적란운 발달, 열섬이 복합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현재 대부분 지역의 폭염 경보는 해제됐지만 기상청은 주 중반부터 다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며 더운 공기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이후에는 다시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후텁지근한 찜통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